221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건과 관련, 경찰이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45)씨가 숨겨둔 681억원 상당의 금괴를 모두 찾으면서 경찰은 공범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오스템 임플란트 본사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향후 사내에 이씨의 공범이 있는지, 회사 측 윗선이 범행에 개입했는지 등을 규명하려 한다.
경찰은 이 씨의 범행 과정을 따지기 위해 12일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사무실 등을 5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씨가 팀장으로 있던 재무관리팀을 포함해 사내 재무라인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잔고 증명서, 입출금 내역 등 자금 관련 서류를 집중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다른 직원들이 이씨와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사내 메신저 기록, CCTV 영상 등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가 몸담은 재무팀 직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씨의 지시로 PDF 편집 프로그램으로 잔액을 바꾸는 등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공범의 존재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경찰은 횡령 경위와 공범 여부 파악을 위해 이 씨의 상사를 포함해 회사 관계자 5명도 불러 조사했다.
다만 경찰의 수사 범위에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이 포함될지는 앞으로 수사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이씨가 "횡령을 지시했다"며 '윗선'으로 지목한 최 회장의 사무실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회사 내 공범 여부를 파악하기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면서 "압수된 자료를 분석하고 오스템임플란트 회장도 필요하다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의 범행 과정에 이 씨 가족이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범의 범위가 가족에 그칠지, 회사까지 포함될지 여부는 앞으로 경찰 수사로 드러날 전망이다. 더욱이 이 씨의 범행에 윗선 지시가 있었는지는 향후 경찰 수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 경찰은 여동생 소유 건물에서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나머지 금괴 100개를 전부 확보했다. 이 씨가 횡령금으로 산 금괴 855개 전부를 이 씨 가족들이 나눠갖고 있던 셈이다.
경찰은 지난 5일 이 씨를 검거한 파주 자택 건물에서 금괴 497개를 발견했고 지난 10일 이 씨 아버지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금괴 254개를 찾았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계좌 이체에 대한 한계 때문에 금괴를 구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씨 아내와 처제는 업무상 횡령·범죄수익 은닉 혐의 공범으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이 씨는 아버지가 숨지가 금괴 은닉 장소를 자백하며 경찰에게 협조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아버지는 지난 11일 소환 조사를 앞두고 행방이 묘연해져 경찰이 수색에 나섰지만 같은 날 경기 파주시 공터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의 아버지는 남은 가족들에게 유서를 남겼으며 유서엔 "집안의 어른으로서 말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란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엔 이 씨 아버지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소견이 나왔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씨 측 변호사가 신청한 구속 집행정지를 불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씨의 중형이 예상되며 피의자가 도주 중에 검거된 점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안타깝지만 불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숨진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14일 오전 이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