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홍 기간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절하됐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반등 국면으로 바뀐 뒤에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지 않고 동반 상승하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의 표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시적 현상' 맞나… 무당층 흡수하며 크는 안철수
두 자릿수 지지율을 다지며 뚜렷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안 후보는 최근 야권 단일화 적합도 조사에선 윤석열 후보를 제치는 다수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의 본격적인 견제도 시작됐다. 선봉에는 이준석 대표가 섰다.
이 대표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을 보면 원래 윤 후보를 지지하던 저희 당을 지지하던 2030 지지층이 상당 부분 이전돼 지지율이 올라온 것"이라며 "윤 후보가 다시 스타일 전환 등을 통해서 2030의 강한 반등을 이뤄내고 있어 (안 후보와의) 단일화 효과가 큰 의미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끝내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지난 7일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윤 후보 역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줄이며 반등했지만, 안 후보의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0일과 11일, 전국 성인 1011명에게 대선에서 누굴 뽑을 것인지 물었더니 윤 후보 39.2%, 이 후보 36.9%, 안 후보 12.2% 순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윤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직전 조사(12/20~21)보다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안 후보는 무려 8%p나 상승했다는 점이다.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CBS 의뢰로 서던포스트가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봉합된 뒤인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의 지지율은 12.8%로 나타나 일주일 전 조사보다 6.8%p 올랐다. 이재명 후보는 34.1%, 윤석열 후보는 26.4%로 나타나 소폭 변동만 있었다. (성인 1002명 응답. 95% 신뢰수준에 ±3.1%p)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무당층이 안 후보 쪽으로 쏠리는 것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서 리얼미터 조사에서 무당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32.5%가 안 후보를 지지했는데, 직전 조사에선 5.2%에 불과했다. 서던포스트 조사에서도 무당층의 21.1%가 안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해, 일주일 전 조사 때보다 9.9%p 상승했다. 안 후보는 두 조사에서 모두 이 후보와 윤 후보보다 무당층에서 지지도가 높았다.
안풍(安風), 3강 만들까
최근 흐름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지금 지지율은 윤 후보가 오르고 있는 흐름인데, 원래 예상대로라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꺾여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두 후보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안 후보가 부동표(浮動)를 같이 끌고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도 설 명절 전 지지율 20%로 트로이카 체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상태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후보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고 하는데, 반사이익이라고 양보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안 후보에게 온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라며 "리스크 없고, 준비된 후보란 점에서 지지율이 굳건해졌다. 이제 더 많은 분들이 알도록 나설 때"라고 말했다.
안 후보의 덩치가 커질수록 야권의 단일화 계산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안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라며 완주 의사를 강하게 밝힌 상태이고, 윤 후보는 "단일화를 꺼내는 것은 도의에 맞지 않다"라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정권교체의 명분을 공유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아직은 말한 단계가 아니"라는 게 공식적 입장이지만, 전반적 공감대는 단일화 협상을 상수로 놓고 형성돼 있다. 다만 최근 잇따른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가 다수라, 속내는 복잡하다. 안 후보 역시 단일화에 또 나설 경우 '선거 때마다 단일화에 나선다'는 기존 이미지가 줄 역풍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가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