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니까'…TV토론은 이재명이 이긴다?

국회사진취재단·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 TV토론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후보 간 지지율이 초 박빙으로 나타나면서 TV토론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토론에서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 섞인 우려도 감지된다.

오늘부터 추가 TV토론 협상 시작…설 前 토론 볼 수 있을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3일 오후부터 3회의 법정 의무 토론 이외 추가 TV토론 준비를 위한 3:3 실무협상에 돌입한다. 민주당 선대위 박주민 TV토론단장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전날 비공개 회동을 통해 '토론을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이날부터 실무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설 연휴 전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TV 토론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당 내에서는 TV토론을 앞두고 복잡한 심경이 읽힌다. 우선 TV토론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12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지난 10~11일 조사 결과(성인 1011명 대상)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39.2%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에서 승부수를 띄어야만 하는 상황이 다가온 셈이다.

게다가 안철수 후보도 직전 조사 4.2%에서 12.2%로 상승했다. 특히 부동층이 줄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 안팎으로 올랐다. 이 후보가 공을 들여왔던 부동층까지 빼앗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가상 대결에서도 이 후보는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뒤졌다. 특히 안 후보에게는 오차범위 밖으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초 골든크로스가 국민의힘의 내홍 국면이 끝나자마자 재역전 당한 모습이다. (무선 가상번호(90%),유선 RDD(10%) 방식, 응답률은 10.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삼일천하' 골든크로스…초박빙 판세에 토론 중요성↑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 구도가 다시 만들어지면서 앞으로 TV 토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와 상관 없이 상대 후보와 이재명 후보간 초박빙 싸움이 예상된다"며 "결국 토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방송토론회에 앞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이 후보에게 토론이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첫 째로는 기대치다. 평소 말을 잘 하기로 유명한 이 후보이기에 유권자들의 기본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토론에서 기대치를 넘겨 준비된 대선 후보 모습이 강조되기보다는 실패하기도 쉽다. 반대로 얘기하면 토론에서 불리할 것 같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낮은 기대치 덕에 '선방을 하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TV토론은 정책을 두고 펼치는 논쟁이기도 하지만, 표정과 태도까지 평가받는 종합 시험이란 점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단순히 말만 잘해서도 안되고, 리더로서의 품격과 태도를 보여야만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윤 후보를 상대로 너무 밀어붙여서도, 밀려서도 안되는 예민한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 한 선대위 관계자는 "사람들이 단순히 말을 잘한다고 승리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며 "표정이나 태도도 중요해 내부에서는 이 후보가 너무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전략적 판단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우위 예상하면서도…'너무' 중요해진 토론에 불안감도


실제로 과거 TV토론을 먼저 시작한 미국 대선에서 태도 문제 때문에 실점을 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0년 TV토론에 나선 민주당 후보 엘 고어는 상대 후보인 공화당 부시(George H. W. Bush, 아버지 부시) 후보를 '깊은 한숨'으로 무시했다가 여론의 반발을 샀다. 고어 후보는 상대 후보 태도에 깊은 한숨 쉬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는 상대편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로 유권자에게 각인되고 말았다. 당시 대선은 간발의 차로 부시의 승리로 돌아갔다.

또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정책 차별화도 쉽지 않다는 점도 꼽힌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둘 다 모두 '포스트 코로나' 시대 탄소중립과 산업 재편, 부동산 공급, 소상공인 지원 정책, 병사 월급 200만원 등 큰 틀의 정책에서 차이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큰 틀에서 윤 후보가 정책이 비슷해지는 모습"이라며 "정권교체 여론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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