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에 해당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13일로 시행 27일을 맞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신규확진 8천 명을 넘봤던 코로나19 확산세는 주간 일평균 3천 명대로 누그러졌다. 하지만 기존 우세종인 델타에 비해 전파력이 2~3배에 달하는 신종 변이 '오미크론'이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정부는 어느 때보다 거리두기 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사적모임이 최대 4명까지만 허용되고, 식당·카페가 밤 9시면 문을 닫아야 하는 현행 거리두기는 오는 16일 종료된다. 당장 내일(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내주부터 적용될 거리두기 안(案) 발표를 앞둔 정부는 "전반적인 유행 위험도는 낮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방역 완화'에 선뜻 무게를 싣진 못하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 3차 회의'에서 향후 오미크론의 대유행을 감안해 '거리두기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극장 등 마스크를 착용하는 업종별로 방역수칙을 미세조정하는 방안만 검토되고 있다.
연말 대목 놓친 자영업자들…金총리 "현장의견 적극 검토"
사실 영업제한은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맞기까지 시행을 보류했던 카드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1일 일상회복 1단계로 들어가면서, 유흥업소를 뺀 모든 다중시설의 영업제한을 풀었다. 사적모임의 상한선도 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까지 늘렸다. '올 연말은 예년과 다르겠거니…' 했던 자영업자들의 기대가 무너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위드(with) 코로나' 초기만 해도 1천~2천 명대 수준이었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한 달 만에 5천 명을 넘겼고, 지난 달 중순 8천 명에 육박하는 수준(7850명)으로 치솟았다. 작년 상반기 일찌감치 예방접종을 마친 60세 이상 고령층의 면역력 저하까지 겹쳐지며 위중증 환자는 의료대응체계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천 명을 돌파했다.
정부는 지난달 6일 '특별방역대책'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사적모임을 수도권 6명·비수도권 8명으로 줄이고, 방역패스 범위를 식당·카페 등으로 대폭 확대했으나 확산세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같은 달 18일부터 종전의 거리두기 범주에 속하는 영업제한 조치가 실시됐다. 유흥시설을 비롯해 식당·카페, 노래방, 헬스장 등의 시계는 또다시 밤 9시를 기점으로 멈췄다.
현재 위험도에 따라 밤 9시 또는 10시에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다중시설은 102만여 곳에 달한다.
'선(先)지급 후(後)정산' 원칙 아래 손실보상금 500만원 지급 약속이 뒤따랐지만, 연중 대목을 놓친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밤 국회 앞에서 '생존권 보장', '영업제한 결사반대'를 외치며 점등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도 이같은 현장의 고충을 인지하고 있다. 거리두기 연장여부 결정에 앞서 이들의 제안을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손실보상 확대, 방역지원금 지급, 선지급·후정산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그분들의 한숨과 눈물을 덜어드리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의견을 제시해 주시면 정부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거리두기 완화' 예측이 나왔던 배경이다.
설 연휴 분수령 맞는 오미크론…"확산속도 예상보다 더 빨라"
감소세 전환 당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방역 완화 기류를 꺾은 것은 오미크론의 확산세다.국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지난 10일 기준 총 2351명(해외유입 1276명·국내 발생 1075명)으로 집계됐다. 1주일 만에 1033명이 늘면서 무려 43.9%의 증가 폭을 보였다. 지난 달 1일 나이지리아발(發) 최초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오미크론의 국내 검출률도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둘째 주 기준 1.1%에서 마지막 주엔 4.0%, 지난 주(1.2~1.8) 기준 12.5%까지 뛰어올랐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의 정재훈 교수는 지난 7일 정부가 주최한 오미크론 대응방안 관련 토론회에서 "(오미크론이) 2월 중순에는 매우 유의미한 비율로 우세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달 말부터 유행이 급격히 증가해 내달 중순부터 3월 초쯤에는 신규 확진자가 2만 명,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2천 명 정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그나마 중증화율이 델타보다 떨어지는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해 중증환자가 45% 감소한다는 가정을 대입했을 때의 결과다.
정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입 몇 주만에 우세종화된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확산세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 "아니다. 생각보다 확산속도는 (오히려) 더 빠르다"고 말했다. 또 오미크론이 델타를 제치고 우세종이 되는 시점이 2월보다 더 당겨질 수는 있지만, 그보다 늦춰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다가오는 설 연휴가 오미크론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본 권덕철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오미크론의 점유율이 10% 내외 수준이나 높은 전파력으로 1~2개월 이내에 우세종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설 연휴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미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확진자도 연일 증가세다. 해외유입 환자는 전날 0시 기준 381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해외유입 사례의 검출률은 88%로 방역망에 걸리는 거의 모든 환자가 오미크론 감염으로 판별되고 있다.
정 교수는 "거리두기 완화는 최대한 점진적이고 단계적이어야 한다. 지금은 오미크론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당장 현격한 변화를 주는 건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法, 방역패스 추가 효력정지땐 거리두기 유지.강화 불가피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정당성에 대한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점도 약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백화점·대형마트 등으로 시행범위를 넓힌 정부는 방역패스가 거리두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방책임을 누차 강조해 왔다.
코로나19 예방접종증명서나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시해야 시설 입장이 가능한 방역패스가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는 드물다. 다만, 식당·카페를 포함해 일상 속 대부분의 시설로 확대되면서 불거진 기본권 침해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교육시설 3종'에 대한 방역패스는 이미 효력이 중단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달 4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이 제기한 '청소년 방역패스' 관련 집행정지 소송에서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그간 "성인 6%에 불과한 미접종자가 중증환자·사망자의 53%"라는 논리를 내세워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강조한 정부는 즉시항고했다. 다만,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시설들의 방역패스 적용이 불가한 만큼 향후 시행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방역패스 관련 파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질병청 등을 상대로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전반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적용시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식당·카페의 방역패스가 유지된다 해도, 일부 업종은 중단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1일 "지금의 거리두기와 방역패스는 상호보완적"이라며 "방역패스를 완화하게 된다면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거리두기 강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의 결정이 거리두기안 확정 전에 나오게 될 경우, 관련시설의 방역 수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