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공동대표직 사퇴로 끝난 카카오페이 사태
류 대표의 사퇴는 지난달 10일 발생한 경영진 주식 집단 매도 사태로 촉발됐다.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 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무려 878억 원의 차익을 챙긴 것이다.
'모럴 헤저드' 논란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류 대표는 지난 4일 카카오페이 사내 간담회를 통해 사과했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급기야 카카오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까지 나서 류 대표에 대한 카카오 차기 공동대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결국 회사 안팎의 사퇴 요구를 고려해 류 대표가 자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모빌리티·페이 등 계열사 잡음 이미 여러차례
카카오의 계열사 잡음은 이미 여러 차례 불거졌다. 이번 사태가 '차기 대표 내정자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일로 마무리되며 이목이 쏠린 감이 있지만, 여러 차례 '시그널'이 나왔다는 이야기다.일례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8월 초 '빠른 배차 서비스'를 의미하는 스마트호출 요금제를 기존 1천 원 정액제에서 0~5천 원이 부과되는 탄력요금제로 바꿨다가 철회했다. 사실상 택시 요금을 우회 인상한다는 여론의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상장 추진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왔다. 통상 같은 그룹 계열사끼리는 IPO 딜이 충돌되지 않도록 상장예비심사청구 단계부터 일정을 조율한다. 관심과 투자심리가 분산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일주일 차이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결국 카카오페이가 상장을 늦췄다.
몸집 커진 카카오, 이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일찍이 '100인의 CEO(경영인)'를 양성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해왔다. 수직적인 본사와 계열사 관계가 아닌 다양한 창업자들이 카카오 그룹 안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각 CEO에 일정지분을 보장하고 자율성과 독립 경영권을 부여했다. 이는 창의적이고 민첩한 의사결정으로 신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카카오의 몸집이 커진 지금은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시급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 국내 계열사는 132개, 해외까지 합하면 총 174개에 달한다. 심지어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영어교육 등 진출 영역에서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계열사 논란은 카카오 브랜드에 타격을 입히고,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공동체 전략방향의 얼라인먼트(Alignment)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고민하는 조직"이라며 "지난해 말 세워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와 함께 양 축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센터의 세부 구성이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정립해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