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먹튀·쪼개기 상장·공매도…'뿔난 개미 다 떠날라'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의 조기긴축 우려가 커지며 국내 증시도 조정장에 진입한 가운데 주요 기업에서 발생한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와 쪼개기 상장, 그리고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확대 등이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으면서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자칫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져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거 유입된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장 한달만에 경영진은 주식 팔아 '먹튀' 논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코스피 상장식에서 인사말을 한 모습. 박종민 기자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다 지난 10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는 지난해 12월 10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취득한 자사 주식 23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총 매각 대금은 469억 원에 달한다.

류 대표와 함께 카카오페이 대표로 내정된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8명이 이날 같은 방식으로 매도한 자사 주식은 44만 주로 모두 900억 원에 이른다.

통상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는 시장에 '고점'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상장 한 달여 만에 그것도 코스피200 특례편입일 당일 발생한 악재에 주가는 한 달 사이 25%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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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소위 '먹튀' 논란은 모회사인 카카오와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대형 플랫폼 기업 규제와 글로벌 조기 긴축 여파로 가뜩이나 하락세를 보이던 카카오 주가는 먹튀 논란까지 더해지며 최근 한 달 사이 2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금융계열사인 카카오뱅크 주가도 급락해 상장 이후 최저점을 경신했다. 새해 들어 카카오 그룹 시총 10조 원가량이 사라졌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별다른 예고 없이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2천~3천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대주주나 경영진의 보유 주식 매각은 아니지만 향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의 핵심인 암호화폐를 내다 판 사실이 알려지며 이날 하루에만 위메이드 주가는 8% 넘게 하락했다.

'그들만의 잔치' 쪼개기 상장, 개미는 피눈물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코스피 상장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쪼개기 상장 역시 개인투자자들을 분노를 사고 있다. 경영진 먹튀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그룹이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그룹내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를 하나둘씩 쪼개 상장시면서 대주주나 임직원, 그리고 투자 파트너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고 있다.

반면, 알짜 자회사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은 모회사의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카카오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6월 24일 17만 3천 원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뒤 무려 43%나 하락한 상태다.

역대 최대 IPO(기업공개)로 기록될 2차전지 전문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결정도 모회사인 LG화학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분노를 불러왔다. 특히 LG에너지솔류선의 상장은 2차전지업계를 넘어 코스피 전체의 수급불균형을 불러오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어 다른 기업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시가총액이 70~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LG에너지솔류션은 오는 27일 상장과 동시에 MSCI·FTSE·코스피200 등에 조기 편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결국 리밸런싱(자산균형재조정)을 위해 기관 투자자들이 다른 주식을 팔아 자금확보에 나서면서 2차전지주는 물론 코스피 시장 전체에 수급불균형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밖에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이 물적분할을 통한 쪼개기상장을 실시했고 물적분할 전 모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려야 했다.

주가 하락에 기름 부어…조정기에 다시 몰리는 공매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연합뉴스
여기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의 오랜 공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들어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첫 거래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일평균 공매도 거래액은 758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평균인 5792억 원 대비 24% 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 일평균 공매도 거래규모는 지난 2017년 3913억 원, 2018년 5248억 원, 2019년 4207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여간 박스권에 갖혀 있던 코스피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가 금지된 이후 처음 3천 선을 뚫고 33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1년 2월 뒤 공매도 재개 이후 코스피는 다시 박스권에 갖혀 3천 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 후폭풍과 유럽 재정위기,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와 유동성 확대 등 이 기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낸 주가흐름이다. 다만, 공교롭게도 공매도 금지와 재개 시점에 주가의 큰 흐름이 바뀌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국장은 끝났다' 서학·코인으로 눈돌리는 개미

연합뉴스
개인투자자의 불만은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8개월 연속 60%를 웃돌았지만 지난달에는 50% 대로 하락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해 1월 26조 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 연말에는 10조 원을 밑돌고 있다.

국내 증시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은 소위 '국장'(국내 주식시장)을 버리고 해외 주식이나 가상화폐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한화로 25조 원을 돌파하며 코스피 순매수액의 1/3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는 말할 것도 없고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각, 지분쪼개기 등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도 크게 실망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자본시장법이 계속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 허점이 많아서 개인투자자에게는 여전히 불공정한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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