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조계사앞사거리에서 보행자 신호(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우회전해 들어오는 오토바이를 마주친 한 시민이 몸을 잔뜩 웅크리며 외쳤다. 이 밖에도 파란불에 이어폰을 끼우고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들이 갑자기 들어오는 우회전 차량에 깜짝 놀라는 장면들은 자주 포착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건너고 있을 시 우회전 차량은 진입할 수 없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이동할 때 운전자가 우회전을 진행하면 보험료가 인상되는 등 교통법규가 강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로 현장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이 다수 포착됐다.
이날 조계사앞사거리에서는 보행자 파란불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 앞에 정차한 배달오토바이를 향해 우회전하려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오토바이 운전자는 차량에 대고 "파란불인데 어떡하라는 소리냐"며 소리쳤다.
보행자 파란불 신호에도 우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을 보고 급하게 멈추는 차량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이렇게 횡단보도 가운데에 멈춰 선 차량을 빙 돌아서 지나갔다.
이 가운데 오는 7월이면 교통법규가 더욱 강화돼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대기중인 상태에서 우회전으로 진행하는 차량도 단속 대상이 된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날 공포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6개월 뒤인 오는 7월 12일부터 시행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거나, 횡단보도를 지날 때 인도쪽에 사람이 보이면 '일단 정지'해야 한다. 지금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을 때만 멈추면 되는데, 앞으로는 건너고 있는 보행자가 없고 대기중인 보행자만 있어도 멈춰야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보혐료가 인상된다. 2~3회 위반 시 5%, 4회 이상 위반 시 10% 할증이 적용된다. 이밖에도 아파트 단지 내, 대학교 구내도로 등 도로 외에서 통행하는 운전자에게도 보행자 보호의무가 부여된다.
이러한 '보행자 중심'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낙원상가 인근 횡단보도에서 만난 이옥운(84)씨는 "특히 오토바이가 보행자 신호를 잘 안지킨다"며 "운전자들이 습관화돼 있어서 멈추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단속을 강화하는 개정이 잘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계사앞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만난 50대 김모씨는 "'꼬리물기' 차량이 가끔 보인다"며 "신호등이 지시하는대로 엄격하게 지키도록하는 이번 개정이 더 안전한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주 및 약물 복용 사고시 사고부담금도 대폭 올랐다.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올해부터 마약·약물 복용 운전사고자는 최대 1억 5천만 원의 사고부담금을 부담한다.
음주·무면허·뺑소니 사고에 대한 사고부담금도 상향됐다. 음주운전 사고를 냈을 때 부담해야할 금액이 현행 최대 1500만 원에서 7월부터 1억 7천만 원으로 대폭 오르는 것이다. 대물피해 부담금도 현행 500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교통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할 때 보행자가 있으면 일시정지하도록 하고, 경찰이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핵심 취지"라며 "또 앞으로 음주운전뿐 아니라 마약 복용 후 사고의 경우에도 사고부담금을 1억 5천만 원까지 부담하는 등 보행자 보호 중심으로 개정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