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산을 짜면서 국세수입 규모를 터무니없이 낮게 잡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소상공인 피해 보상 여지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비판이다.
기재부는 2021년도 본예산에서 지난해 국세수입을 2020년도 본예산 대비 3.2% 감소한 282조 7천억 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초부터 나타난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세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상황은 기재부 예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지난해 7월 기재부는 국세가 예상보다 31조 5천억 원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이를 2021년도 2차 추경 재원으로 활용했다.
'초과세수' 덕분에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할 수 있었지만, 애초 전망치보다 11% 넘게 빗나간 기재부의 세수 예측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에도 세수 호조가 지속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초과세수가 기재부가 예측한 31조 5천억 원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은 초과세수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크다며 기재부의 '의도적인 축소' 의혹까지 제기했다.
10조 원 남짓 주장을 고수하던 기재부는 결국 "2차 추경 이후 추가되는 초과세수 규모가 19조 원 정도"라고 물러섰다.
◇기재부 초과세수 전망 "31.5조"…"19조 더"…10조 또 추가?
그런데 해가 바뀌어서도 지난해 초과세수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가 인정한 19조 원에 더해 10조 원가량의 초과세수가 더 발생한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이에 기재부는 "2021년도 국세수입 실적은 현재 집계 중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재부가 밝힌 지난해 1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누계 국세수입 규모는 307조 4천억 원이다.
지난해 7월 기준 초과세수 전망치 31조 5천억 원이 반영된 2021년도 2차 추경의 국세수입 예산 314조 3천억 원에 6조 9천억 원 모자라는 수치다.
하지만 2020년 11월과 12월 국세수입 실적을 보면 기재부의 19조 원 전망도 어그러질 게 확실시된다.
2020년 11월과 12월 국세수입은 각각 14조 원과 17조 7천억 원으로, 두 달 수입을 합치면 31조 7천억 원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실적이 전년 수준만 유지하더라도 추가되는 초과세수 규모는 기재부 전망치 19조 원보다 5조 8천억 원이나 많은 24조 8천억 원이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와 2020년 11월과 12월에는 종합소득세 납부 유예 등 소상공인 세정 지원이 공히 이뤄진 만큼 세정 지원에 따른 국세수입 변동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곳간 차고 넘쳤는데도 부실하기만 했던 소상공인 지원
여기에 지난해 말까지 지속한 것으로 추정되는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수 호조를 고려하면 추가 초과세수 규모가 29조 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전체 초과세수 규모는 2차 추경에 반영된 31조 5천억 원을 더해 무려 60조 원을 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컸다고 해도 재정당국의 세수 예측으로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한참 넘어서는 수준인 것이다.
게다가 2차 추경 이후 발생한 초과세수는 당해 연도 예산으로 편성되지 못한 탓에 대부분 2022년으로 넘어와 세입세출결산 절차를 거친 뒤 오는 4월 이후에나 소상공인 등 지원에 쓰일 수 있다.
기재부가 뒤늦게 인정한 초과세수 '19조 원' 가운데 5조 3천억 원만 지난해 11월 23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논의 결과에 따라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에 투입됐을 뿐이다.
국회 예산 심의와 의결 없이 정부가 독자적으로 초과세수를 일부라도 활용하기 위해 '기금계획 변경' 등 수단을 동원했기에 그나마 가능했다.
지난해 정부 곳간이 차고 넘쳤는데도 코로나19로 피눈물을 흘리는 소상공인들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해를 넘겨 계속되는 강력한 방역 조치로 절망 상태에 빠진 소상공인들의 절규에 여당은 신속한 추경 편성을 기재부에 재촉하고 있다.
기재부는 그러나 11일에도 "추경 편성은 방역 진행, 소상공인 피해 상황, 재원 여건 등을 종합 검토하여 결정할 예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