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내륙철도 2027년 달린다…남해안~수도권 2시간대 '교통 혁명'

하병필 경남지사 권한대행이 남부내륙철도 기본 계획 고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남도청 제공
수도권과 2시간대로 연결돼 서부경남 발전 동력이 될 '남부내륙고속철도'의 최종 노선과 역사가 확정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1호 공약으로 '서부경남 KTX'라 불리던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4개 역사 신설·1개 역사 환승역 개량 등 기본계획 고시, 내년 착공


하병필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가 남부내륙철도 기본계획을 13일 고시한다고 밝혔다.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중 최대 규모로 선정된 이후 3년 만이다.

경북 김천에서 경남 거제까지 잇는 총연장 177.9km에 4조 8015억 원을 투입한다. 경남 구간에서는 합천역, 고성역, 통영역, 거제역 등 4곳이 신설되고, 진주역은 기존 역으로 활용하되 환승역으로 개량된다. 구체적으로 합천은 합천읍, 고성은 고성읍, 통영은 용남면(장문리), 거제는 사등면에 짓는다.

특히, 5개 역사와 별개로 합천해인사역(가칭) 신설을 추진한다. 대구~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 개통에 맞춰 연계환승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기본 계획이 고시됨에 따라 올해 상반기 안에 설계에 들어가 내년에 착공될 전망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통영과 거제 사이의 견내량 구간의 돌미역 생산과 환경 피해 최소화를 위해 국내 처음으로 '해저철도터널'이 건설된다. 산악 지역이 많은 경남 내륙 지형 특성상 터널과 교량 구간이 많다. 진주 도심 구간은 소음과 도심 미관 민원이 반영돼 지하화로 결정됐다.

애초 2028년 개통 예정이었지만, 2027년으로 1년 앞당겼다. 도는 국토부와 협의해 공사 구간을 10여 개로 분할해 전체 공구에서 동시에 설계하도록 했다. 특히 장대터널, 특수교량 등 공사가 난해하고 복잡한 공정에는 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 스마트 건설 기술을 도입한다.

앞으로 서부경남 주민들의 가덕도신공항 접근성을 높이고자 종점인 거제역과 가덕도신공항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되도록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남부내륙철도 노선도. 경남도청 제공

서울↔진주 2시간 25분 등 거제·창원 25회 운행 '교통 혁명'


남부내륙철도는 KTX·SRT가 동시에 운행된다. 서울역과 수서역, 광명역에서 출발해 환승 없이 거제와 창원(마산역)을 하루 25회 운행한다. 특히, 진주역은 창원과 거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환승역 기능을 맡게 되면서 서부경남 교통 요충지로 도약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거제 8회, 서울-마산 2회, 수서-거제 7회, 수서-마산 3회, 광명-거제 3회, 광명-마산 2회다. 차량 기지는 거제 사등면에 세운다.

그동안 서울에서 진주까지 열차로 이동하려면 경부선에서 대구를 거쳐 3시간 30분이 걸렸지만, 이제는 1시간 이상 줄어 2시간 25분이면 가능하다. 거제까지는 2시간 54분, 창원까지 2시간 49분으로 단축된다.

버스에서 열차로 바뀐 남해안 관광…12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


남부내륙철도가 달빛내륙철도(대구~광주), 남해안 고속화철도(목포~부산)와 연계 환승로 철도 교통망이 구축되면 서부경남은 명실상부한 교통 요충지로서, 지역 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수도권과 서부경남이 2시간대로 연결됨에 따라 남해안과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 1천만 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핵심인 부울경 1시간대 생활권, 경제권도 실현된다. 앞서 도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초광역협력 성공을 위해서는 서부경남 균형발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

서부경남이 부산, 울산과 하나의 생활권으로 압축돼 수도권과 맞먹는 부울경 초광역 경제권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항공우주산업, 조선해양산업, 항노화산업 등 기존 산업의 구조고도화와 함께 디지털산업, 미래모빌리티, 수소산업, 바이오클러스터 등 신산업 육성에도 속도가 붙는다. 남부내륙철도가 개통되면 12조 5천억 원의 생산 유발, 9만 7천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하 권한대행은 "서부경남의 비약적 발전이 기대되고, 국민소득 증대에 따른 관광, 해양스포츠 수요 급증 등으로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부내륙철도 역세권 개발 착수…부울경 메가시티 연계


도는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 일정에 맞춰 열차가 지나가는 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 등 5개 시군과 공동으로 역세권 개발에 착수했다. 역사 주변 개발 계획 수립을 위해 6억 원을 들여 이달 안에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철도망과 연계한 도시 개발을 체계적·선제적으로 계획하고 도로 연계에 따른 광역교통망 구축, 문화·관광 콘텐츠 확충 등 지역 경제 거점으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연말까지 진행될 용역에는 시군별 맞춤형 지역발전 전략도 포함된다.

또, 부울경·서부권 발전 전략 용역 결과를 토대로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지역 간 연계 발전 전략도 고민한다. 제시된 개발 사업을 정부의 초광역권 균형발전 전략에 포함시켜 정부 차원의 지원 전략 등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역세권 개발 사업이 현실화되도록 민간 투자 유치 등 다양한 활동도 추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거제역에서 가덕도신공항 구간 연장을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되도록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그리고 달빛내륙철도와 연계되도록 합천해인사역 신설도 요청할 계획이다.

하 권한대행은 "경남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국토 균형발전의 핵심인 남부내륙철도가 목표 기간 내에 개통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남부내륙철도. 경남도청 제공

처음 시작은 1966년 '김삼선'…56년 만에 착공 "서부경남 숙원 풀었다"


원래 명칭은 남부내륙고속철도이지만, 김경수 전임 도정은 서부경남의 수혜와 도내 균형발전을 강조하기 위해 '서부경남 KTX'란 이름을 붙였다.

남부내륙철도의 역사는 박정희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전 대통령이 1966년 11월 경북 김천과 경남 삼천포(현 사천)를 잇는 '김삼선' 기공식에 참석까지 했지만, 착공 1년 만에 중단됐다.

이후 수 십년 간 방치됐다가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되고, 2013년에는 사전조사 용역, 2016년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도 포함됐다. 때문에 서부경남 KTX는 노선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지역 여당 후보들의 핵심 공약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은 보수 텃밭인 경남과 경북을 잇는 국책사업이지만 지금까지 어떤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당선돼도 추진은 번번이 좌절됐다. 바로 예비타당성 조사에 나타난 경제성(B/C, 비용 대비 편익) 때문이었다.

B/C가 1.0 이상이어야 하지만 2014년부터 추진된 경제성 평가는 0.72에 그쳤다. 결국 경제성이 낮다는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자 결국 정부 재정 사업에서 '민자' 방식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단계로 밀려났다.

이후 민선 7기 김경수 도정이 출범하면서 서부경남 KTX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 전 지사는 경제성 평가를 뛰어 넘어 지역균형 발전 측면을 강조하며 예타 면제를 통한 정부 재정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국회, 중앙부처 등을 찾아 고용산업 위기 지역 지정에 따른 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서부경남 KTX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지속 건의했다.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회, 시군, 시민단체 등도 범도민 추진협의회, 민관협의체, 100인 위원회 등을 구성해 조기 착공 성명서 발표, 건의서 전달, 서명운동 등으로 정부에 공동 대응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 경남도청을 방문해 "남부내륙철도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곧 결정할 계획"이라고 언급하면서 예타 면제는 사실상 확정됐다.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중 최대 규모의 국가재정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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