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멸공' 논란에 "표현의 자유" 옹호…당내 공방전
윤 후보는 10일 멸공 논란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선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사실상 '멸공' 주장을 옹호한 셈이다. 앞서 지난 8일 윤 후보는 서민 물가 체험을 위해 신세계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 등을 구매하고 이를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를 통해 '멸공' 주장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멸공'을 연상케 하는 식품을 윤 후보가 구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윤 후보가 불을 붙인 멸공 논란은 당내로 확산되며 격한 공방도 이어졌다. 윤 후보의 SNS 게재 직후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진태 전 의원이 '멸공 챌린지'에 가세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당내에서 강성 보수층 인사로 꼽히는 나 전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산주의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지나치다"며 "표현의 자유 부분에서 (자유 억압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원 본부장도 이날 오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누구 아이디어인지, 실제로 (윤 후보가) 의도한 건지는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그렇다. 저도 썩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호남 지역구 소속으로 최근 입당한 이용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고, 역시 호남 출신인 김근식 전 정세분석실장도 "은유적인 놀이가 아니라 진짜 멸공이라는 구호로 정치적 논쟁을 확대하는 것은 결코 득표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지지율 급락, 반등 전략은 집토끼?…젠더갈등 불씨도
윤 후보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급격히 하락 중인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와 함께 범야권 후보로 꼽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를 돌파하면서 윤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TK)과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리자, 강성 보수층인 '집토끼' 표심을 결집시킨 후 반등에 나서겠다는 구상으로 관측된다. 선대위 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와 갈등, 김건희씨 허위이력 파동 등으로 윤 후보가 너무 큰 타격을 입은 상태"라며 "안 후보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지금은 중도표심을 노릴 만한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멸공'이든 뭐든 말할 수 있지만, 야당이 이걸 정치적 소재로 삼으면 안된다"며 "전통 지지층만 바라보고 선거를 치르는 것은 패배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중원에서 싸우진 못할망정 지금 강성 지지층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