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매된 첫 번째 미니앨범 '제로 : 피버 에필로그'(ZERO : FEVER EPILOGUE)의 더블 타이틀곡 '멋'(The Real)에서 에이티즈는 "이것이 바로 멋"이라고 여러 차례 말한다. 곡을 환기하는 동시에, 흥을 돋우는 추임새는 '멋'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에이티즈는 2022 월드 투어 '더 펠로우십 : 비기닝 오브 디 엔드'(THE FELLOWSHIP : BEGINNING OF THE END)에서 기량을 마음껏 뽐냈고, "이게 바로 멋인 기라"를 스스로 입증했다.
첫 곡은 에이티즈가 '무대 잘하는 가수'라는 점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킹덤 : 레전더리 워'에서 전문가 및 자체 평가 1등을 차지한 곡 '원더랜드'(WONDERLAND)였다. 정규 1집 타이틀곡을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4악장과 접목한 편곡이 인상적인 이 곡에서 에이티즈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분출했다. 총을 든 퍼포먼스로 웅장함을 더했으며, 마지막으로 장총을 쏘는 퍼포먼스에서 터지는 폭죽이 절정이었다. 메인보컬 종호의 4단 고음도 놀라웠다.
화려하게 공연의 문을 열고 첫인사를 나눈 에이티즈는 곧바로 데뷔곡 '해적왕'의 오버로드 리믹스 버전을 펼쳤다. 일렉 기타 편곡으로 한층 더 강렬해진 '해적왕' 무대에서는 귀에 꽂히는 듯한 래핑과 멤버들의 크고 쩌렁쩌렁한 성량이 돋보였다. "에이티즈의 근본"이자 "항해가 시작됐던 곡"이라고 소개한 까닭이 있었다.
오케스트라를 더한 '인셉션'(INCEPTION)은 가면무도회 같은 인트로가, '데자뷰'(Deja Vu)는 노란색·하늘색·보라색이 섞인 레이저가, 안무가 있는 버전으로는 처음 공개된 '테이크 미 홈'(Take Me Home)은 거울 앞에서 하는 안무가 시선을 끌었다.
긴 레이저와 붉은 조명을 과감하게 쓴 '디자이어'(Desire)와 '할라 할라'(HALA HALA) 무대에서는 불사르듯 열정적인 무대 후 다 같이 쓰러지는 엔딩을 보여줬는데, "오늘 아주 그냥 박살내는 거다, 할 수 있다!"고 한 산의 말이 떠올랐다.
'앤서'(Answer)의 관전 포인트는 산과 우영이 각각 붉은 빛과 푸른 빛을 대표하며 선보이는 페어 안무였다. 화염 효과를 곁들인 '불놀이야' 무대에서는 최산의 저음이, '굿 릴 보이'(Good Lil Boy)에서는 홍중과 민기가 같이하는 랩이, '춤을 춰'는 후반 댄스 브레이크가, '땡스'(THANXX)는 위트 있는 가사가 기억에 남았다. 리더 홍중이 작사·작곡에 참여해 팬들의 기대가 높았던 '로키'(ROCKY) 무대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챔피언 가운을 입고 나온 민기였다.
본 공연에서만 스무 곡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인 에이티즈에게 가장 놀란 것은 뛰어난 라이브 실력이었다. 퍼포먼스에 집중한 무대에서만 AR(All Recorded)을 쓰는 등, AR 비중을 최소화해 보고 듣는 맛을 더했다. 음악방송은 물론 코로나 시국 탓에 온라인으로 송출되는 공연에서도 후보정이 워낙 세, '과연 지금 이 무대가 라이브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가 잦았는데 모처럼 '라이브 콘서트 현장'에서만 가능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체감했다.
격한 안무를 동반한 곡이 대다수임에도 메인보컬 종호의 고음은 여간해선 흔들림을 느낄 수 없었다. 쩌렁쩌렁한 성량에 공연 초반부터 인지하게 된 멤버는 홍중과 민기였으나, 무대를 거듭할수록 누군가를 특정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에이티즈의 라이브는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헐떡이는 숨소리는 오히려 그들이 얼마나 무대에 열중하고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증거였다.
오랜만에 하는 대면 콘서트여서 그런지 한층 즐거워 보이는 멤버들의 티키타카로 이따금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팬들은 캐스터네츠를 가지고 '네' '아니오' 등의 의사를 표현하고, 멤버들이 시키는 다채로운 리듬을 가뿐히 소화해냈다. 또한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 언제나 빛나게 해 줄게'라는 깜짝 손팻말 이벤트도 벌였다.
"저는 언제나 에이티니의 행복이 되고 싶어서 항상 노력하고 연습하고 무대 위에서 에이티니를 위한 선물을 해요. (…) 에이티니랑 행복하게 함께하도록 할게요." (윤호)
"평범한 아이가 이렇게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박수를 받고 많은 위로를 받고 많은 좋은 말들을 받는 이유는 다 에이티니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 앞으로 더 자랑스러운 아티스트가 될게요." (우영)
"최선이 아닌, 언제나 여러분에게 혼신을 다하는 사람이 되도록 그런 사랑을 줄 수 있게 노력하는 에이티즈 성화가 되겠습니다." (성화)
"에이티니분들이 이번 삼일 동안 제 자존감을 한 번 더 높여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드리고요. (…) 저희 에이티즈를 알아봐 주시고 오늘 이 자리에 와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홍중)
3시간 30여 분간 이어진 에이티즈의 '더 펠로우십 : 비기닝 오브 디 엔드'는 지난달 나온 '제로 : 피버 에필로그'(ZERO : FEVER EPILOGUE)의 선공개 타이틀곡 '야간비행'(Turbulence)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