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당초 주말인 지난 8일 정 부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정 부실장 측 의사에 따라 또 한 차례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가까이 소환 조사를 놓고 양측 간 접점을 찾지 못하는 기류다. 정 부실장 측 인사는 9일 "관련 일정을 조율 중이며, 조사에 불응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민관(民官) 합동 개발사업이 진행될 당시 인허가권을 쥔 '이재명 성남시장 체제'에서 시장 비서실 정책실장으로서 각종 업무 조율과정의 핵심 실세로 거론된 인물이다. 정 부실장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사장이 2015년 초 대장동 사업자 선정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고, '유동규 성남도공 사장 직무대리(구속기소) 체제'가 구축되는 데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2015년 2월6일 유한기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이 상사인 황 사장에게 "시장님 명", "정 실장" 등을 언급하며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촉발된 사건이지만, 유한기 본부장은 지난달 구속 심사를 앞두고 돌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직권남용죄 공소시효는 7년으로, 황 사장 사퇴 압박이 이뤄졌다는 시점을 고려하면 내달 초 시효가 만료되는데 검찰로선 진상 규명의 고리가 끊어진 상태에서 의혹 당사자 조사도 미뤄지는 초조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정 부실장은 민간 사업자들과 성남시 산하 성남도공 핵심 관계자들이 불법 유착돼 진행했다고 검찰 조사 결과 파악된 대장동 사업의 핵심 의사결정 라인으로도 의심 받고 있다. 정 부실장이 대장동 사업 관련 시장 결재문서 가운데 최소 8건에 '협조' 명목으로 결재라인에 이름을 올린 사실도 확인됐으며, 성남도공이 해당 사업을 진행할 때 성남시청 담당부서 보다는 그가 속한 시청 비서실과 직통했다는 취지의 내부 증언도 있다. 성남도공 핵심 유동규씨가 대장동 의혹으로 지난해 9월29일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기 직전 통화한 인사도 정 부실장이었다.
정 부실장 본인은 대장동 사업 부당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윗선 수사'의 핵심 대상으로 거론돼 온 배경이다. 성남도공에 소속돼 이 사업 실무를 긴밀하게 챙기면서 성남시 공무원과도 소통한 것으로 알려진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까지 최근 숨지면서 관련 수사가 사실상 표류하는 가운데, 수사팀이 정 부실장 소환 국면에서 다소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도 여태까지 유의미한 수사 단초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 첫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린다. 이들 대다수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그 핵심 논리 가운데 하나는 '사업 관련 청탁은 없었고, 성남시 지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됐을 뿐'이라는 것으로 검찰 수사와는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검찰이 이들의 주장을 깰 만한 유의미한 성남시 윗선 수사 내용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소유지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한편 검찰은 대선 후보의 '리스크'로 거론되며 마찬가지로 주목받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인 김건희씨와도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2009년 12월부터 3년 동안 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가조작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지난달 초 구속기소하면서 김씨 관련 의혹은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우회상장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 어치(24만여주)를 2009년에 장외매수한 김씨는 이듬해 1월 권 회장의 소개로 '선수' 이모씨(구속기소)를 소개받아 주식을 일임하고 10억원이 든 신한증권 계좌도 맡긴 것으로 파악돼 '주가조작 전주(錢主)'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권 회장 기소 당시 검찰은 주가조작 범행에 이용된 157개의 계좌 가운데 김씨 계좌도 포함시켰지만, 김씨가 범행 계획을 인지하고 계좌 등을 맡겼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관계자 진술이나 근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 기소 단계에서도 관련 의혹 규명이 이뤄지지 못한 만큼 검찰이 김씨를 단순 투자자라고 판단한 채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