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배제하고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봉합한 뒤, 가장 주목 받은 이슈다. 일부 20대 남성과 60대 이상 전통 지지층을 정밀 조준하기 위해, 윤 후보가 구체적 대안 없이 젠더갈등에 편승하고 비전 대신 효력이 끝난 단어를 동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후보는 최근 핵심 지지층에서조차 이탈 현상이 나타나는 등 지지율 하락이 경향성을 띄자 전통 지지층인 집토끼를 단속하고, 이 대표와의 '재결합' 연장선상에서 20대 남성들에게 호소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2030대 청년유권자를 공략해 기존 60대 지지층과 함께 민주당 지지층인 40대를 포위해야 한다는 이준석 발 '세대포위론'의 일환이기도 하다.
원희룡 대선 정책본부장은 9일 "윤석열 정부는 무엇의 중심을 두고 핵심 공약은 무엇인지, 이번 주도 굵직굵직하고 웅장한, 손에 잡히는 메시지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정 계층만 신경 쓴 공약이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당내에서도 윤 후보의 최근 메시지가 중도층 확보 전략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단은 지지율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지난 해 10월 여성가족부 존폐 문제에 대해 "저희의 원칙은 기존 여가부에서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해) 여성과 남성에 대한 지원도 함께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양성평등가족부 전환'에서 '여가부 폐지'로 아예 방향을 틀어버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현재 입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좀 생각을 해보겠다"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만 말하는 등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다. 입장 변화의 배경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간 여가부가 강자인 정부 눈치만 보고 여성이란 이름만 빌었을 뿐 남성들에게 기회를 박탈해 왔다. 이번 정부 들어서 더 심해졌다"는 선대위 관계자의 설명은 이준석 대표와 그가 대변해 오던 일부 이대남의 논리가 윤 후보에게 그대로 이식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윤 후보는 당내 '멸공 인증' 릴레이를 일으키면서 관심 끌기 이상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멸공'의 사전적 의미는 '공산주의 혹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안보 이슈에 민감한 60대 이상 전통 지지층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멸공'이란 표현은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 이후 군부독재정권까지만을 상징하던 구호였다. 공산주의 블록이 무너지고 그나마 버티고 있는 현실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마저 한국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압도된지 오래인 만큼, '멸공'은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나 통용되는 단어가 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윤 후보가 집토끼를 지키느라 미래 비전 대신 시대착오적 이슈를 제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멸공'을 놀이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더러, 색깔론을 정치공세의 주요 프레임으로 삼았던 국민의힘 전신들의 습관이 다시 나온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윤 후보가 외교안보에서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 등을 강조하며 '아직까지 죽창가를 부르는 여권'을 비판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공산주의를 멸하자'는 메시지는 과거 본인의 입장과도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 내홍을 봉합한 뒤 윤 후보가 보인 행보가 GTX 공약 발표와 59초짜리 정책 전달, 여가부 폐지와 멸공 이슈인데 논란이 된 부분은 집토끼 되찾기의 일환이거나 이준석 대표와의 재결합에 따른 이벤트성 공약 정도로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비전을 보여주는 정공법, 재기발랄하게 정책을 전달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지지율 방어가 아닌 상승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