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시장은 2022년 1월 1일 자로 상반기 정기 인사를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는 정규·신규 임용, 직무대리, 승진, 전보, 복직, 전입, 겸임, 전출, 휴직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승진도 아닌 전보 인사에 노조가 반발했다. 안 시장이 징계 대상자도 아닌 6급 팀장 4명에 대해 무보직으로 발령을 낸 것이다.
보직 박탈된 팀장, 공개적으로 "모욕적인 인사, 이유 좀 알려달라"
A씨는 "1년 6개월 만에 무보직으로 전보됐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며 "근데 누구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보통 보직을 줬다 빼앗을 때는 업무처리에 문제가 있거나, 사고를 치거나 등등인데 저는 올 한 해 동안 8급 진급한 지 얼마 안 된 직원과 매년 반복되는 업무 이외에 많은 일을 했다"며 "모두 사연이 많았고,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6가지 주요 업무를 나열한 A씨는 2021년 운영관리 실태점검에서 2그룹 36개 시·군 중 8위로 B등급을 받은 성과도 제시했다. 그 전년도에는 32위로 1년 만에 24계단이나 오른 것이다.
A씨는 "조직에서 이런 모욕적인 인사 조치를 받을만한 짓을 했는지 지금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라도 해보라"면서 "저는 성격상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인사청탁을 한 적도 없고, 줄을 서지도 않았으며,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누구보다 성실하게 생활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결코 진급은 남들보다 늦지만, 왜 제가 이런 인사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이유라도 알아야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가족들한테 쪽팔려서 말도 못 하겠고, 잠도 안 오고 그래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인사 담당자나 인사권자에게 요구한다. 팀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면 예라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직원들 "정말 의욕 떨어져…여태껏 이런 보직 박탈 못 봤다"
작성자 '많이 잘못하셨네요'는 "팀장님께서는 몇 가지 큰 잘못을 하셨다고 보여진다"며 "요즘은 윗선에 인사청탁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열상 아래 직원들(윗선이 심어 놓은 공무직 등)에게도 잘 보여서 말 좀 잘해 달라고 부탁하고 해야 그나마 팀장 자리도 보전할 수 있는데 그거 하지 않으셨잖아요"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열심히 일하실 시간에 윗선 끄나풀 술 한 잔 사 주시면서 윗분들한테 말씀 좀 잘해 달라고 부탁하시는 자리를 자주 만드셨어야죠"라면서 "윗선의 뒷배를 믿고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댓글에 동조한 작성자 '힘내세요'는 "작금의 구리시 공직 분위기를 대변하는 현실적이고 구구절절 맞는 얘기인 것 같아 씁쓸하다"며 "업무에 대한 열정이나 보직에 대한 미련 등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한편 마음이 편하기도 하더군요"라고 적었다.
작성자 '익명'은 "인사는 윗분의 권한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명백한 납득이 갈만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그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윗분의 마음대로 직위를 줬다가 뺏었다 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작성자 '동료'는 "팀장님뿐만 아니라 납득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인사부서의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말 의욕을 떨어뜨리네요"라고 했다.
간부 B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징계 대상자도 아닌 보직 팀장들을 이렇게 무더기로 박탈한 건 공직생활 수십 년간 본 적이 없는 사례"라면서 "다른 보직 박탈된 3명은 민원 응대와 복지 부서로 A씨보다도 더 성과를 내는 곳과도 거리가 멀어 정말 말도 안 되는 인사"라고 말했다.
노조 "동네 딱지치기보다 못한 수준"…집행부 "성과 부족하면 또"
이어 "기존 팀장의 무보직 6급 발령을 보면 우리 시 인사 및 조직의 무능함을 보는 것 같다"며 "집행부는 보직 박탈의 이유로 팀장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이것은 반대로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진급을 시키는 집행부의 무능함을 보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이렇게 보직을 줬다 뺏는 인사는 동네 아이들의 동네 딱지치기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밖에 볼 수 없기에 이 상황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면서 "이번과 같은 인사는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하는 조직문화를 해칠 뿐만 아니라 향후 내부 청렴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집행부는 반드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며, 겉보다 썩어가는 속을 바라보고 치료하는 인사가 빠르게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안승남 시장은 지난 4일 노조를 통해 "민선 7기 임기 중 조직의 정원 증가로 1천 명이 넘는 조직이 됐고, 더 활기찬 조직의 운영을 위해 단행한 인사"라며 "시민과 조직을 위해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열심히 일하는 조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시 집행부는 "지금보다 더 활기찬 조직으로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팀장으로서 성과가 부족하다면 팀장의 보직 박탈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번 보직을 잃은 팀장들도 동료, 상사와의 관계 개선, 업무 수행 능력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보직을 다시 부여하겠다"고 설명했다.
CBS노컷뉴스는 구리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행정국장부터 총무과장, 인사팀장, 인사 담당자까지 모두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