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의 정재훈 교수는 7일 오후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주최한 '오미크론 발생 전망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예측을 내놨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가지 효율적인 방역정책들이 집행되고 있어서 다른 나라처럼 (유입) 2~3주 내 우세종이 되는 현상은 힘들다"면서도 "2월 중순에는 매우 유의미한 비율로 우세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말 이후 급격한 유행증가가 예상된다. 상대적 전파능력이 120~180%, 140~160% 사이 선에서 이동한다면 2월 중순~3월 초엔 (신규 확진자가) 2만 명 정도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의) 중증전환율이 45% 정도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재원 중인 중환자는 2천 명 정도까지 도달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좋은 소식도 있다. (이달 중순부터) 경구용 치료제가 활발히 도입되면 충분히 의료체계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며 "초기 임상결과를 보면, (머크 사의) '몰누피라비르'는 중증화율 30%, (화이자 사의) '팍스로비드'는 80% 중반까지 (중증화율을) 감소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임상 결과라 실제 적용에서는 조금 더 낮은 결과치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오미크론이 현재 국내 우세종인 델타보다 중증화율은 다소 떨어지고 전파력은 훨씬 높다는 전제에 동의했다.
김 교수는 "외국자료를 다 검토해보면, 오미크론 감염환자의 중환자실 입원율, 사망률이 낮다는 점이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며 "(다만) 국내 요양병원·시설 등의 경우, 취약한 구조의 병실을 갖고 있어서 (확산 시) 우려점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영국의 데이터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회 접종하고 '부스터샷'을 맞거나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을 3회 맞아도 유증상 감염예방효과는 50~70%에 머무르고 (접종) 10주가 경과하면 더 감소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 자체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도 증가했지만 백신의 예방효과가 낮아져서 전파력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어 3차 접종(추가접종)과 경구용 치료제 도입으로 대표되는 피해 감소정책(약물적 중재)와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피해 지연정책이 계속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접종률을 최대한 높이고 3차 접종을 진행하며 경구용 치료제를 확보하면 (피해 감소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거리두기를 매우 점진적, 단계적으로 완화해 우리 의료체계가 준비된 만큼만 방역을 완화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무증상·경증 환자의 폭증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조기에 적절히 치료·관리할 수 있는 체계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오미크론 대응을 축구에 비유해 "'팀 오미크론'은 플레이가 매우 빠르고 탁월한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웬만해선 공을 뺏기지 않는 선수"라며 발생 억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 'K-방역'을 고집할 경우 "허망한 실점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위중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독감 같은 거구나'라고 무심하게 안심해서도 안 된다. 이전 유행과 대비해 사망위험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해도 감염자가 3배 많아지면 위험총량은 똑같다"며 "절대다수를 차지할 경증환자를 최대한 가볍게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원장은 "감염자가 어떤 곳에 거처하든 건강상담을 유선으로 하고, 또 의사가 원격진료를 하고, 필요하면 대면 외래진료를 보고, 그 병원에 입원시키는 진료 층위 안에서 평상시와 유사하게 의료체계가 작동돼야한다"며 "더 이상 지금처럼 아주 넓은 광역·권역 단위에서 병상자원을 배분하고 운영을 통제하는 비효율을 감수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의료원 김진용 진료과장도 "경증환자를 편하게 진료 볼 공간이 없고, (비대면인) 재택진료는 한계가 있다"며 "(환자 상태가) 궁금하면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피 검사를 할 곳이 필요하다. 전쟁 중에 의료인과 시설·장비를 확충하지 않는 것은 전쟁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중환자의학회장) 역시 "현 상황을 토대로 앞으로 발생할 환자 수를 예측하고, 어떻게 하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중환자정책 컨트롤타워 수립을 건의한다"며 "일반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며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실질적 병상 수를 파악하고 이를 마지노선 삼아 방역정책에 반영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환자들이 평소에 자주 찾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재택치료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1차 의료기관이 재택치료 환자 관리를 맡는 '서울형 모델'을 언급하며 "코로나19 백신도 초기엔 접종센터와 보건소 등에서 접종을 담당했지만 이후 1만 3천 곳 이상의 의원급이 전국적으로 참여하면서 지금의 접종체계가 완비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량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응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도 비판했다. 박 회장은 "위중증 환자, 코로나 환자뿐 아니라 순위가 밀려난 일반환자들을 담당해야 할 분들이 경증 모니터링에 인력을 낭비해서야 되겠나"라며 "100개 의원이 10명의 기존 환자를 관리하는 게 더 안전하고 세심한 재택치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미크론에 최적화된 방역 전략을 구상 중인 정부도 공감의 뜻을 표했다.
중수본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무조건적인) 격리치료 방식에서 재택으로 전환하는 중간과정에 있는 문제일 거라 생각한다. 저희도 향후 (재택치료 관리기관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며 "외래진료처럼 비대면에서 대면진료로 갔을 때 어느 정도의 방어막을 갖춰야 할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우세화는 이전과 또다른 위기 국면을 맞이하게 됨을 의미한다"며 "확진자 급증은 의료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고, 그래서 재택의료를 확대하거나 외래·입원체계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변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