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불안해지고 환율은 오르는 금융시장 충격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집을 사기 위해 최대한 대출을 끌어다 쓴 '영끌족' 즉 취약 청년차주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질 전망이다.
현지시간으로 5일, 우리나라시간으로는 6일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의사록은 충격 그 자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참석자들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 또는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FOMC가 끝나고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올 3월까지 일단 테이퍼링 즉 자산매입축소를 끝내고 6월쯤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금리인상이 6월이 아니라 3월부터 시작될 수 있고 6월과 9월까지 세 번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이런 의지와 이 의지에 따른 구체적인 조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달러를 빼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은 1월부터 12월 24일 사이에만 25조 7692억원을 팔았다. 기관도 38조 783억원어치를 판 가운데 외로운 동학개미들만 65조 6387억원어치를 사들여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 치운 물량을 떠받쳤다.
증시에서는 11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들이 올해 주식시장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고강도 긴축의지를 이런 전망을 빗나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달러 약세 상황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오는데 미 FOMC 태도에 따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증시에서 빠져나갔던 외국인 자금이 올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더 빠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 자금 엑소더스는 외국인과 기관들의 팔자속에 외로이 증시를 지키다 피로감에 빠진 동학개미들의 실망감을 더 강화시키고 이것은 국내 주식시장의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의사록이 공개된 직후 열린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201원에 거래를 마친데 이어 7일에도 1204원 20전에 거래됐다. 거래일을 기준으로 6일 연속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1204원 20전에 출발해 1200원대 초반에서 박스권 등락을 하다가 소폭 오른채 마감됐다.
이런 가운데 오는 14일 2022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시그널을 강하게 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2022년 신년사에서 "새해 경제상황의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야 한다"면서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항상 해오는 말처럼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금융 불균형 상황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의 영향을 함께 짚어 가며 판단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특히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이런 내부 취약요인은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으니 더욱 예의주시하면서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자인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31일일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긴축 전환 등 경제적 변수 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 대선 등 정치적 변수가 상존한다"면서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경로를 점검하고 비상대응 조치도 준비해 두겠다"고 밝혔다.
금융정책을 집행하는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새해 가장 역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잠재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대한 상시감시 체계를 고도화하고 업계도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면서 "금융서비스 공급자가 다양해 지면서 규제가 복잡해진 지금의 상황일수록 감독정책은 법과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재정정책의 수장, 금융정책과 집행의 수장, 통화정책의 수장까지 나서 한목소리로 리스크관리를 주장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긴축의지를 밝히면서 닷새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졌다.
물가당국을 자임하는 한국은행으로서 주목하는 소비자 물가의 흐름을 보면 지난해 4분기에 석달 연속 3%대로 오른 가운데 미국의 강력한 긴축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 국내 수입물가에 반영되고 이것이 고스란히 한달의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이번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견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심지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달을 포함해 올해안에 세 번까지 금리를 올리면 기준금리만 1.75%로 지난해 상반기 0.50%와 비교해 무려 1.25%p나 높아지는 셈이 된다.
이렇게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고스란히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자신의 연봉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은행돈을 빌려 집을 사는데 쓴 '영끌족'이나 주식에 쏟아 부은 '빚투족'을 생활을 훨씬 팍팍해지게 된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0.50%였던 2020년 6월 신규취급기준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2.49%였지만 기준금리가 0.75%로 올랐던(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75%로 올렸었다) 2021년 11월에는 3.51%로 1%p 넘게 올랐다.
이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는 11월 인상한 기준금리 0.25%p는 아직 반영되기 전이다. 이런 가운데 1월 다시 0.25%p를 더 올리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 올라가게 된다. 이른바 영끌족들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 나올수 있다.
여기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렇게 팍팍해진 가계부는 결국 이들의 소비를 억누르게 되고 이것은 기업의 생산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 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