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정부)은 나를 공포에 떨게 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점점 격화되고 있다. 정부 측은 시민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며 무력으로 진압 중이고, 일부 시민들은 소총을 무장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현지 상황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6일 러시아 통신사 '타스통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보건부는 유혈 시위 사태로 인해 최소 1천 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중 400명이 입원했고 60여 명은 중태라고도 알렸다.
카자흐스탄에서 이같은 시위가 발생한 이유는 'LPG 연료 가격 상승'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달 초부터 LPG 가격의 상한선을 폐지하고 정부 보조금도 중단했는데, 이로 인해 높아진 연료 가격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서부 지역인 자나오젠부터 시작된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해 현재는 최대 도시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까지 번진 상태다. 시위대는 시청과 대통령 관저 등에 난입을 시도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시위가 발생한 이후부터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에는 현장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과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현지 누리꾼들은 "우리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그들은 날 공포에 떨게 한다"며 온라인상에서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6일 "오늘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며 수백 명의 시위대와 정부군이 대치하고 있는 영상을 함께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는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 시내에서 시위대가 정부군에 대항해 몸싸움을 벌이지만 군인들이 총격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몸싸움 도중 한 시민이 쓰러지자 군인 여럿이 달려들어 그에게 발길질을 하기도 했고,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시민들의 모습과 이들을 땅바닥에서 끌고 이동하는 군인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잔인하다", "악몽이다", "불길하다"는 등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내 친구가 카자흐스탄에 있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중앙아시아는 자유로워야 한다"며 "지금은 러시아와 아시아 국가들이 나설 때"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부군이 시위대를 향해 직접적으로 총구를 겨누는 모습이 공유되기도 했다. '타스통신' 영상에는 군인들이 대형을 이뤄 시위대를 향해 총을 들고 작전을 펼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을 접한 한 누리꾼은 "알마티에서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쏘고 있다"며 "거의 밖에 나가지 못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밖에도 시민 시위대가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이자 독재자로 평가되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동상에 줄을 매달고 무너뜨리는 영상이 공유되기도 하고, 시민들이 단체로 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 역시 퍼지고 있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지난 6일 지금까지 한국인 피해 사례는 접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재외국민 총 940여 명이 체류하고 있고, 시위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는 알마티에만 640여 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일에는 현지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 승객과 승무원 70여 명이 공항 청사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