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방역패스·영업제한에 반발…'점등 시위' 돌입

기자회견 중 무릎 꿇은 대한카페연합회 허희영 대표. 허지원 기자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점등시위와 삭발식 등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4일 법원이 독서실·스터디카페 등 청소년 교육시설 방역패스에 제동을 걸면서 이에 대한 후폭풍으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6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소상공인 영업장에서 간판과 업장 불을 켜놓는 점등시위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온전한 손실 보상'과 '불합리한 방역패스 철폐'를 요구하는 이번 시위는 거리두기 연장 여부가 발표되는 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비대위는 이날 오후 9시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 동안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정부의 약속을 지켰으나 정부는 우리의 기대와 약속을 저버리고 방역패스와 영업제한을 했다"며 "이번 점등시위는 정부의 불합리한 방역 정책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들은 '방역 정책에 죽어가는 자영업자 업종, 골목상권 단합/단체행동에 돌입한다!' '불합리한 방역패스 철폐를 요구한다!'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자영업자 영업 제한 지금 즉시 철폐하라" "현실적인 손실보상 지금 즉시 실시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한카페연합회 허희영 대표는 "매일 같이 죽어 나가는 자영업자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정부는 찌르고 찌르다가 이번 주는 총질하는 것"이라며 무릎을 꿇고 앉아 "제발 부탁드린다. 한 번만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일식집을 폐업했다는 최복수씨는 "2년간의 방역 정책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 산산조각났다"며 "헌법에 명시돼 있는 대로 국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저희 자영업자에게 제한을 걸었으면 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 정답 아니냐"고 주장했다.

자영업자 '점등 시위'에 동참하는 서울 영등포구 한 양꼬치집. 허지원 기자

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9시 20분경, 회견장 인근 식당 4곳은 매장 불을 켜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들은 손님을 받진 않았지만 '열었다'는 팻말을 걸었다. 양꼬치집 사장 50대 박모씨는 "어떻게든 소리를 내보려고 하는 것"이라며 "인원 제한은 해도 시간 제한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역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모든 단체와 연대해 신뢰를 저버린 방역 당국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항쟁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방역 당국이 이에 대한 답이 없을 시 더 강력한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 정책에 실질적으로 피해가 크게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4분의 3분기 3개월의 손실 보상은 50%가 1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받았다. 실질적인 고정비용은 크게 적용되지 못했다"며 "일반적인 영업에 대한 손실보상과, 임대료에 대한 손실 보상을 별도 산정해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16개 특정 업종을 지정해 매장 운영자가 감시자의 역할까지 감당하면서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며 "그 와중에 백신 미접종자 유입 시 관리운영자가 범칙금 1차 위반 시 150만 원, 2차 위반 시 300만 원, 4차 위반 시 시설폐쇄라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은 당장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 '점등 시위'에 참여하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 상가 일대. 비대위 제공

또 다른 자영업자 모임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오는 12일 오후 2시 국회 앞 국민은행 근처에서 규탄대회를 연다. 이 규탄대회에서 자영업자들은 '분노의 삭발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4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이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일부 인용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4일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지금까지 행정명령들도 그렇고 업종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행정들이 이루어졌다"며 "방역 정책으로 인한 손해의 정도도 업종별로 다 다른데 이런 것들을 고려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신을 맞아도 돌파감염이 있는 등 100% 면역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미접종자에 대해서만 강제 명령을 내린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감시자 역할은 우리 인력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 비용은 또 자영업자들이 감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패스에 드는 비용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지원이 적절히 된다면 자영업자들도 안전한 영업장으로 만드는 방역 정책에 대해서 같이 협조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부금 전국 스터디카페·독서실연합회 대표 또한 "일괄적인 방역패스 적용은 업주나 미접종자에 대한 억압이다"며 "일괄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업종 그리고 상황에 맞는 방역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은 무인인 경우가 많아 방역패스를 하려면 감시자라는 추가 인력을 둬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 같은 현장의 고려 없는 일방적인 방역패스는 자영업자들에겐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패스가 미접종자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해놓고 미접종자들의 권리를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다음주부터는 건강이 우려돼 백신을 맞지 않은 임산부의 경우에도 마트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예정인데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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