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개봉하는 '미싱타는 여자들'(감독 이혁래·김정영)은 여자라서 혹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공부 대신 미싱을 탈 수밖에 없었던 1970년대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편견 속에 감춰진 그 시절 소녀들의 청춘과 성장을 다시 그리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미싱타는 여자들'(1월 20일 개봉)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자인 이혁래 감독, 김정영 감독과 평화시장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씨가 함께했다.
이혁래 감독은 "사건의 객관적 실체에 접근하기보다 그때 이분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연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을 밝혔다.
실제로 영화를 두고 봉준호 감독은 "한국 노동사를 거창하게 말하기 이전에 개인 한 분 한 분에게 어떤 사연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지, 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사려 깊게 하나하나 풀어내는 영화"라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음의 실타래들을 하나하나 풀어주는, 아름다운 화면으로 찍혀져 있는 영화"라고 극찬했다.
이숙희씨는 "이 영화를 통해서 정말 고생하고 애썼던 친구들, 상처받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전태일 재단이 있으니 연결되면 좋겠다"며 "오랜 세월 동안 너무나 고생했는데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영화를 시작했다. 연락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김정영 감독 역시 "이 프로젝트를 할 때 선생님들이 꼭 하시는 말이 극장에 걸려서 이 영화를 보고 동료, 동지들이 연락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며 "우리 영화가 전국에 개봉돼서 이걸 보시고 전태일 재단을 통해 다 만나게 해드리고 싶은 게 우리 제작진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평화시장' '1970년대 노동운동'하면 떠오르는 전태일 열사가 아닌 스스로의 권리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연대했던 여성들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을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은 이름조차 못 불린 채 '00번 시다' '00번 미싱사' 등으로 불리며 하루 15~16시간의 장시간 노동은 물론, 연휴 대목을 앞두고는 보름가량 제대로 눈조차 붙일 시간 없이 작업장에서 먹고 자며 일해야 했다. 환풍기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숨쉬기도 어려운 열악한 작업환경이 그들의 모든 공간이었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중등 교육 과정을 무료로 가르쳐주는 '노동교실'은 배움터이자 놀이터이자 자기 자신을 키워갈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위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위해 노동운동을 하고 또 노동교실을 빼앗고자 하는 정부 권력에 맞섰다.
임미경씨는 "노동교실은 그때 당시 내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곳이었다. 그걸 사람들이 못 가게 차단했을 때, 정말 목숨을 던져서라도 노동교실을 꼭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숙희씨는 어린 나이에도 모두 모여 저항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관해 "밤 10~11시에 끝나도 꼭 노동교실에 들렀다 집에 갔다. 집보다 더 소중한 장소였기에 뺏겨서는 안 된다는 걸 누가 말하지 않아도 공통적으로 느꼈기에 그 어린 친구들이 달려온 것"이라며 "노동교실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내가 인격적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 명의 노동자이자 지금도 열심히 자신의 살아가는 세 명의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함께'의 중요성을 전했다.
임미경씨는 "일을 해서 먹고사는 건 '나만 돈을 많이 벌면 돼' 이런 생각보다 '너도 잘되고 나도 잘되게'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분,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 전부 다 같이 하나가 되어 좋은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숙희씨 역시 "그때 우리가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함께했기 때문"이라며 "전부 혼자가 아니라 함께했기에 할 수 있는 거였다. 지금 하시는 분들도 어려움 속에서 함께할 방향을 찾는 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아닌가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신순애씨는 "(영화는) 1977년도에 대한 이야기지만 현재진행형 이야기이기도 하다. 3D업종 노동자는 여전히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본다. 이 영화를 보고 다들 어떻게 하는 게 내가 더 잘사는 건지 한 번쯤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