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15일째로 접어들면서 먹을 것 등 생필품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특유의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로 임산부가 유산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누구를 위한 봉쇄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새해 첫날인 1일 밤 8시쯤 임신 8개월의 산모가 복통을 호소하며 시안의 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가 없다며 입장을 불허했고 산모와 가족은 병원 입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산모는 오후 10시쯤 유산했다. 산모는 생명에 이상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산모의 조카가 SNS에 이 사건을 알리자 네티즌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시안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알지만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정해진 규정을 융통성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이다오치에(一刀切)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명절 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중앙정부의 권고는 말단 행정 단위인 촌에서는 외부에서 온 사람에 대한 사실상의 감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논란이 커지자 시안시 보건 당국은 5일 "어떤 병원의 감염병 통제 활동도 환자의 진료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중증 환자나 임산부를 위한 신속 통로를 만들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방역 부서와 입원 부서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의사가 환자를 만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조사를 통해 병원 책임으로 드러나면 배상할 것은 배상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책임이 있다면 사과하겠다는 병원의 입장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며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편 봉쇄가 2주를 넘어가면서 시안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서울보다 큰 대도시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시안 주민들이 담배나 게임기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쌀이나 야채, 라면 같은 식료품과 교환하는 모습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당초 시안 주민들에게 생필품 구입을 위해 가구당 1명은 이틀에 한 번씩 외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지난달 27일부터는 외출을 전면 금지시킨 상태다.
이런 극한으로 치닫는 방역망을 뚫고 만두를 사러 집을 나서던 한 주민이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방역요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