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거리두기로 돌아가면서 연말 송년 모임이 사실상 금지됐지만 중국 정부 공식 통계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베이징에서는 적지 않은 인원이 참석하는 송년회도 가능했다.
그 중에 북경한국인회와 중소기업협회 송년 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송년 모임은 계속되는 코로나19 비상 시국에서 꿋꿋하게 버텨온 서로를 격려하며 한국인회나 중소기업협회를 위해 특별히 힘을 써준 인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행사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됐다.
베이징한국인회와 중소기업협회 송년회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조선족기업가협회 등 조선족 동포 단체 인사들이 처음으로 참여해 우의를 다지고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점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곳곳에 흩어진 동포들은 한민족 특유의 근면·성실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에 상당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베이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포들은 뿌리가 같음에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양측이 협력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우월한 기술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포들을 한수 아래로 대했고 조선족 동포들은 이런 한국인들이 싫었다. 이들 가운데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 한국인들로부터 독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보니 같은 민족이면서도 한민족 공동체가 형성되기는 힘들었다. 중국 당국이 민족적 동일성을 바탕으로 한국인과 동포들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 것도 구심력 보다는 원심력으로 작용했다.
2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많이 변했다.
반면 중국에서 대접받던 한국인들은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힘이 세지면서 그냥 그저 그런 사람들로 '디그레이드'되고 있는 중이다.
세대 교체도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들이나 동포들이나 마찬가지로 베이징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초기멤버들이 퇴장하고 2000년 이후에 정착한 이들이 주류로 등장했다.
이들은 좀 더 젊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웠다. 국적은 다르지만 베이징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같은 민족이라는 유대감을 밑거름으로 다양한 교류 활동을 편 결과 연말 송년회 모임에 동포 단체 임원들이 함께 자리를 할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북경한국인회 회장단과 중소기업협회 회장단도 품앗이 마냥 조선족 단체들의 송년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이니 남북통일이니 하는 거창한 담론을 꺼내지는 않더라도 베이징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면서 한국인이니 조선족이니 하는 구분 보다는 뿌리가 같은 두 나무처럼 서로 돕고 존중하고 어울리는 그날을 향해 더욱 정진하기를 바래본다. 지난 연말 송년회는 그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