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집회·시위금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22건에 대해 전부 '인용' 결정이 나왔다. 집회·시위 금지에 따른 기본권 제한이 중대하므로 행정청의 처분 효력을 일단 중단하라는 것이다.
코로나 초기인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이전까지는 인용 결정이 29%에 불과했고 기각(집회금지) 비율이 71%였다. (관련기사: 코로나에 완패한 '집회의 자유'…법원도 못지켰다)
지난 4일엔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라는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4주차에 접어든 방역패스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 첫 해였던 2020년 초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의 방역대책에 반발하는 소송들에 법원이 대부분 정부의 손을 들어줬던 것과 상반되는 결론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6월엔 생후 4주된 신생아와 산모가 무증상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각종 감염위험이 상존하는 병원 입원치료 대신 자가격리를 요청했음에도 법원은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취지로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환자에 대해 개별적인 주거환경이나 경제력 등을 고려해 지침과 달리 자가치료를 허용할 여지를 두게 되면 감염병 방역체계에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집회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는 상황을 보수적으로 보면 전쟁이나 대기근 등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여야 할 것"이라며 "그동안은 법원이 다른 모든 기관·개인과 마찬가지로 방역정책을 거스르지 않는 다소 안전한 선택을 해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가 '미증유의 위험'에서 '상존하는 위험'으로 변하면서 법원도 기본권 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7일 서울행정법원은 의료계 인사 등 시민 1023명이 제기한 방역패스 전면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도 진행한다. 앞선 교육시설 방역패스 사건처럼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음식점이나 카페 등을 포함해 현재 적용 중인 방역패스 조치가 모두 일시 중단된다.
이미 해당 집회가 (제한적인 규모로나마) 열렸거나 문제의 집회제한 고시가 폐지돼 소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울시는 앞선 집회제한 고시를 폐지한 후로도 사실상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더 강화된 고시를 새로 적용했다.
만약 법원이 이같은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예외적으로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국민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본안판단에 나설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집회 집합금지구역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 대해 오는 14일 선고를 할 예정이다. 집회금지고시 등 취소소송 3건은 현재 변론 절차를 진행 중으로 올 상반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