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2조 원이 넘는 '우량주'로 평가받던 회사에서 1800억 원이 넘는 거액이 사라졌지만, 사건 인지도 늦었던데다 통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2만명의 투자자들만 가슴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자본의 92% 사라져…회사 내 통제 시스템 제대로 작동했나
이씨가 횡령한 금액 1880억 원은 회사 자기자본(2047억 6057만 원)의 91.81%에 달하는 수준으로 상장사 역대 최다 규모다. 회사 자본의 약 92%가 사라졌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회사 내 시스템을 두고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씨는 자금관리 담당자로, 입출금 내역과 잔액증명서 등을 위조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연말 결산 과정에서야 횡령 사실을 인지해 급하게 고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로서는 연말 결산이 이뤄진 이달까지 약 석 달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전혀 횡령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이사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 완벽한 재발 방지대책과 확고한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주식 거래 재개 시점을 앞당기겠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절대로 재발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 계좌에서 이체된 1880억 원…은행·금융당국 책임론도 불거져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의문은 오스템임플란트 회사 계좌에서 1880억 원이 이 모 팀장 개인 계좌로 이체되는 동안 금융권에서 이를 감지하지 못했는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라면 거래 기업 계좌에서 이렇게 큰 금액이 빠져나가 개인 계좌로 이체되는 것은 감지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오스템임플란트가 작은 회사가 아니고 상장사로서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체라면 증빙 서류 등을 지참해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회사에서 의심 거래를 포착하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금융회사의 신고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FIU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 계좌는 워낙 거액 거래가 자주 발생하는데다가, 만일 이씨가 '적절한 절차'를 만들어 눈속임을 거쳤다면 관여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사건은 1차적으로 기업의 내부 통제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황당한 횡령 사건 어떻게 가능했나…금융당국 점검 나서
다만 오스템임플란트의 지정 감사법인인 인덕회계법인의 상장 감사인 등록 취소 등을 검토하거나 지난해 3분기 재무제표 허위 제출 의혹 조사 착수를 결정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오스템임플란트 사건과 관련, 어떻게 횡령이 가능했는지 살펴보는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들도 이 사건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은행권 대출 약 3000억 원에 대해 은행들이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신용등급 재평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등급 재평가는 기업 상황이 크게 개선, 혹은 악화됐을 경우 진행되며 주가에 영향을 끼칠만큼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진행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삼성코스닥1501.5배레버리지증권(주식-파생형)CE펀드'를 비롯해 투자 자산에 오스템임플란트가 단 1주라도 담긴 77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문자를 발송하고 "사후 관리 차원에서 해당 펀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