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는 5일 윤 후보가 선대위 해체를 전격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 속도감 있고 기대하는 것보다 더 파격적으로 변화 이끌어 나간다면 우리 후보가 다시 인기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백지가 된 선대위에서 첫 인선에 해당하는 권영세 본부장과 40분 가량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권 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이 대표는 일정과 메시지 관리 등 그간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의 개선 사항을 얘기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권 본부장이 윤 후보와 대학과 검찰 모두에서 선후배 관계인 만큼, 윤 후보에게 직언을 하고 설득에 나설 수도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권 본부장과 '직접 소통'하면서 선대위의 달라진 모습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측 생각이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할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윤 후보 역시 "후보는 연기나 하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상왕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했지만, 이 대표까지 버리고 갈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지난 1일 현충원 일정에서 마주친 이 대표와 따로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윤 후보가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에게 "당 대표 나름의 역할"만을 얘기하면서 우호적인 메시지를 따로 보내지 않은 이유는 이 대표에게 부정적인 강성 지지층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게 윤 후보 측의 설명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새로운 선대위에서 청년 세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이준석 대표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이같은 내심이 당에 전해지면서 한때 사퇴론으로 들끓었던 의원들도 일단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이날 예정됐던 이 대표와 3선이상 중진의원 간 연석회의는 취소됐다.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던 정진석 국회부위장은 이 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이준석 대표도 당대표로서 맡은 바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 이제 모든 시선이 후보에게 갔기 때문에 후보의 뜻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이 해소될 지를 가르는 것은 사무총장 인선 문제와 선거 캠페인 변화 여부다.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해 현재 자금과 조직을 관리하는 핵심 포지션인 사무총장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여기에 '제 2의 윤핵관'이 자리잡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또 당장 내일부터 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를 보면서, 2선으로 물러난 윤 후보 측근그룹이 실제 영향력을 거뒀는지를 따져본다는 방침이다. "저는 명시적으로 권 본부장께 '연습문제'를 드렸고 그걸 어떻게 풀어 주시느냐에 따라서 신뢰관계나 협력관계가 어느정도 결합도를 갖게 될지 알게 될 것(이준석 대표)"이라고 말한 것도 이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