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동해선 강릉-제진 건설사업 착공 현장을 찾은 날이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이보다 약 3시간 먼저 이뤄졌다. 북한이 문 대통령 일정을 알 수 없었겠지만 공교롭게도 시점과 장소가 비슷하게 겹치면서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행보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이번 무력시위는 북한이 최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외 언급을 크게 줄이고 내부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발사체의 구체적 제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으로선 이미 존재감을 확인했다.
북한의 의도는 저강도 무력시위를 통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이중기준 철회라는 대남‧대미 요구를 관철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북한이 비록 코로나19와 오랜 제재에 따른 내구력의 한계에 봉착했지만 한국의 3월 대선과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등을 앞둔 시기적 이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최근 문안조율을 끝낸 종전선언과 관련해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절회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점을 상기시키는 측면도 있다. 발사체 발사가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인 만큼 '내로남불'식 이중잣대를 적용하지 말라는 논리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의도를 "한국의 중기국방계획과 유사하게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계속해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겠다는 것"이라며 "도발의 일상화를 통한 이중기준 철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북한의 요구대로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탄하지 않는다면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는 단지 군사기술적 필요에 의한 단발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대남‧대미 압박을 위한 정치적 목적을 띠고 일상화되거나 강도마저 높아질 경우 2018년 이후 살얼음 같은 평화를 유지해온 한반도 정세는 다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군수공업부문에서는 당 제8차 대회 결정을 높이 받들고 이룩된 성과들을 계속 확대하면서 현대전에 상응한 위력한 전투기술기재 개발생산을 힘있게 다그치며 국가방위력의 질적 변화를 강력히 추동"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뤄진 점도 관심을 끈다. 국가 봉쇄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중국을 자극하는 행보를 한동안 자제할 것이라는 다수 관측과는 다른 것이다. 주변 상황이나 내부 여건과 상관없이 자기 시간표대로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만약 (이번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북한이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일 가능성이 높고, 올림픽을 앞두고 주변 정세의 안정이 필요한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부
NSC는 오히려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과 긴장 상태 해소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이날 동해선 착공식을 예정대로 수행했고,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거론하면서도 "우리는 이런 상황을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