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향해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감투만 요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일은 안 하며 자리만 차지한 채 오만방자한 행태를 보이는 자들도 있다는 보고도 올라온다"며 거친 질타에 나선 이는 민주당 4선 정성호 의원이다.
정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스스로 "내가 정성호계"라고 말할 정도로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이런 정 의원이 쓴소리를 한 것은 상대 진영의 내홍에 방심했다가는 자칫 다시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일찌감치 2강 구도가 형성돼 사소한 사건 하나하나가 당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유리한 상황임에도 패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다수 캠프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저쪽이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좋아서 희희낙낙거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느슨해진 캠프 내 분위기를 우려했다.
실제로 캠프 분위기가 들뜨고 있다는 목소리는 여권 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당내에 확실한 계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다, 여의도 출신이 아닌 탓에 대선캠프가 일종의 연합군 형태로 꾸려졌는데 그간 잠잠했던 내부 갈등이 지지율 상승세를 계기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때처럼 막판 변수로 열세이던 후보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이 대선인데 지지율 역전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의 그립력이 강한 데다, 지지율 열세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내부적인 갈등이 드러나기 힘들었다"며 "연말연초 들어 지지율이 역전에 이어 격차가 벌어지기까지 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있던 내부 자리다툼과 청와대 인사 등 벌써부터 대선 이후 논공행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 의원이 직접 선대위를 향해 "상대가 제대로 해야 긴장도 하고 열심히 하는데 상대가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니 적당히 대충해도 이기겠지 하는 자만이 코로나처럼 번질 수 있다는 느낌"이라며 채찍을 든 것이다.
대다수 선대위 구성원들이 선거 때 합류를 한 탓에 이 후보의 참모들과 서로 조심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후보를 모시고 있는 참모들이 누구 얘기를 듣겠느냐"며 자신 말고는 "그런 얘기를 세게 할 사람이 없다. 자중하고 차분하게 하자고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자칫 보수야권 대표 후보를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의 교체하는 일로 이어질 경우 상당히 험난한 대결이 될 수 있다며 민주당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상수로 봐야 한다. 자칫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제일 나쁜 싸움이 될 것"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더 겸손하고 더 진정성 있게, 후보가 원칙을 가지고 정책을 잘 얘기해서 신뢰를 얻음으로써 우리 실력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