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이번에는 '킹 오브 더 킹'을 넘을 수 있을까. 국내 아마추어 최강으로 군림했던 조재호(NH농협카드)가 프로당구(PBA) 첫 우승 도전 길목에서 또 다시 난적과 만난다.
조재호는 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16강전에서 터키의 복병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를 눌렀다. 세트 스코어 3 대 1 승리로 8강행을 확정했다.
특유의 호쾌한 샷이 터졌다. 조재호는 첫 두 세트를 15 대 6으로 가볍게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위마즈도 힘을 앞세운 샷으로 1이닝 5점, 2이닝 10점을 몰아치며 15 대 0으로 3세트를 접수, 반격에 나섰다.
3세트 무득점에도 조재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4세트 잇따라 난구를 쉽게 풀어냈다. 특히 정교한 밀어치기 샷으로 어려운 뒤돌리기에 성공하자 상대인 위마즈마저 '나이스!'라고 찬탄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6이닝 만에 15 대 3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4경기 연속 이닝 평균 2점 이상의 호조를 이었다. 조재호는 이날 이닝 평균 2.045점을 올리며 128강전과 64강전(이상 2.450), 32강전(2.250)까지 2점대 애버리지를 찍었다. 그만큼 감각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재호는 8강에서 천적과 맞닥뜨렸다. 지난 시즌 왕중왕전 챔피언인 스페인의 강자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다. 사파타는 16강전에서 김경민에 두 세트를 먼저 내줬으나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저력을 과시하며 대역전승으로 8강에 합류했다.
조재호는 그동안 사파타에게 고비마다 막혀 첫 우승이 좌절됐다. 지난 시즌 중 PBA에 데뷔한 조재호는 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며 적응을 마치는 듯했다. 그러나 사파타에 지면서 4강행이 무산됐다.
시즌 3차전인 '휴온스 PBA-LPBA 챔피언십'에서 설욕전을 펼치긴 했다. 조재호는 당시 4강에서 사파타를 꺾으며 데뷔 첫 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벨기에의 베테랑 에디 레펜스(SK렌터카)의 집념에 밀려 준우승했지만 조재호는 PBA 강자로 우뚝 설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4차전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조재호는 다시 사파타에 발목이 잡혔다. 8강전에서 1 대 3 패배를 안은 것. 시즌 개막전에 이어 이번에도 8강전에서 사파타를 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조재호는 이번 대회에서도 사파타와 8강 길목에서 만나게 됐다. 앞선 두 번의 8강전을 고려하면 얄궂은 운명이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조재호의 소속팀 NH농협카드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부담도 다른 대회보다 큰 상황.
과연 조재호가 8강전 사파타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두 우승 후보의 8강전은 4일 오후 4시 30분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