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김종인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를 마치고 "6개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국민 정서에 맞게 선대위를 개편해야 제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이력 논란에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연이은 실언과 메시지 혼선 등이 리스크와 비효율을 더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선대위는 곧이어 "선대위 쇄신과 함께 윤 후보는 현재 이후의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 윤 후보는 '쇄신 선언'을 뒤늦게 접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윤 후보가) '사전에 좀 알았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얘기만 했다"며 "내가 의논을 안하고 했으니 몰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진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김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에게 '내가 당신 비서실장 노릇을 할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연기만 좀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향후 선대위는 자신이 장악력을 잡고 틀을 짤테니 윤 후보는 이에 따라 연기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당직과 공동선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호응했다. 총회에서는 최근 내홍의 책임을 놓고 이준석 당대표도 직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대표가 사퇴는 없다며 선을 그으면서, 당직을 맡은 의원들의 일괄사퇴로 결론이 났다.
선대위 내부에서도 지난 연말부터 선대위 개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논의가 진행됐지만, 개편 폭을 두고 입장 차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최대한 현 체제를 유지하길 원했고 선대위 합류 전부터 '실무형 슬림 선대위'를 고집했던 김 위원장은 사실상 백지 위에서 선대위 그림을 다시 그리고자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누가 하나 저질러서 발동을 걸지 않으면 선대위 (개편을) 끌 것 같아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전면적 개편에 적극 찬성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의 기습적인 전면 쇄신 발표에 주위에 언짢은 기분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주인공인 윤 후보마저 '패싱'한 김 위원장 발 쇄신 방침이 얼마나 효과를 낼 지는 일단 새로운 선대위 체제가 갖춰진 뒤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윤 후보와 전혀 교감 없이 선대위 개편을 띄웠을 리 없다"며 "계획에 맞춰 빠르게 선대위를 개편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당내 관계자는 "윤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이후 보여준 게 당내 갈등조차 조율하지 못하는 모습밖에 없다"며 "윤 후보가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데 이어 김 위원장에게 '연기를 하라'는 주문을 받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