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은 전파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중증화율은 기존 우세종인 델타 변이보다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의 특성을 정밀 분석해 위중증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미크론 확산을 염두에 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와 관련해 "일방향적인 완화라고 생각하시면 안 될 것 같다"며 "현재까지는 (최대한) 많은 사람(환자)들을 찾아내 이에 대한 방역전략을 구사했지만,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고 위중증의 비율이 적어지는 측면에서는 보호해야 될 대상이 좀 더 부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 중증 위험이 있는 고위험 질환자들을 먼저 발견해서 조기에 관리, 치료해 나간다는 쪽이기 때문에 (방역) 완화의 방향이 아니라 지금 유념하고 강화해야 할 포인트는 부각시키고 그 외의 부분들은 조정한다고 말씀드리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우세화 경향에 따라 확진자, 위중증자의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의료와 방역 등 각 분야별 종합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2022년도 코로나19 대응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오미크론 확산을 대비한 새로운 전략 구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발언이 당국에서 오미크론의 위험성을 낮잡아보고 있다는 의미나 이후 방역 완화를 알리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백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이 (국내 우세종인) 델타보다 덜 위험하다고 평가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로 야기되는 피해는 전체 감염규모와 중증화율을 곱한 규모로 산출된다는 점을 들어 "위중증률이 (델타의) 50%로 낮아진다 해도 감염규모가 두 배가 되어버리면 실질적 피해는 똑같게 된다"며 "오히려 지금까지 나타났던 부분들로는 우리나라의 경우, 피해가 좀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당국은 기존의 거리두기 및 방역지침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단장은 "질병 발생 패턴이 변화하면서 기본적인 전략이라든가 (대응)방법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것이 기존 일상회복에 있어서 그간의 질서라든가 방역수칙을 폐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국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은 지난 달 넷째 주 3.7%에서 마지막 주 기준 8.8%까지 올랐다. 강화된 방역 조치에 따라, 코로나19 진단검사 양성률이 지난해 12월 4주차에 2.56%, 5주차 2.45%로 2주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단장은 "앞으로 1월 중, 또는 늦으면 2월 중에라도 (오미크론이) 우세 변이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바이러스 분석 결과, 국내 발생사례는 델타형 변이가 아직은 96%로 다수이고 오미크론은 4%"라며 "해외유입의 경우, 70%가 오미크론으로 확인됐다. (검출률) 8.8%는 이 사례를 모두 더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코로나19의 전방위 확산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누적 감염자를 보유한 다른 나라들을 방역 모델로 삼을 수는 없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이 단장은 "영국은 지금까지 누적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인구 대비 20%에 가깝다. 굉장한 수치"라며 "(아직) 진단되지 않은 잠재적 감염자가 2~3배 정도 (더)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본다면 영국은 상당한 감염 경험자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런 외국의 사례를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는 없다. 이러한 자연감염에 의해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면역을 얻긴 했지만, 그 사이 14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보다 높은 백신 접종(률)과 빠른 조기관리, 치료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달 18일부터 사적모임을 최대 4명으로 축소하고 식당·카페 영업을 밤 9시 이후 제한하는 거리두기 조치가 실시되면서, 방역지표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모양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12.26~1.1)의 주간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전국과 수도권은 최고 수준인 '매우 높음'을 유지했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중간'으로 하향 평가됐다고 밝혔다. 12월 2~3주차에 '매우 높음'을 기록한 이후 넷째 주에 '높음'으로 내려온 데 이어 2주째 위험도가 하락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중환자실 가동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의료체계에 다소 여력이 생긴 점이 한몫했다.
정부가 목표한 병상 확충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수도권의 중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1주 만에 85.5%에서 75.2%로 10%p 이상 하락했다. 비수도권 지역도 68.8%에서 2.7%p 떨어진 66.1%를 기록했다.
입원대기가 해소되고, 병상 배정이 원활해짐에 따라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비율도 2주째 감소했다. 특히 81.7%를 나타낸 수도권은 지난해 11월 4째 주 이후 처음으로 100%를 밑돌았다. 비수도권의 경우 67.1%에서 55.1%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간 일평균 위중증 환자는 지난 달 29일 역대 최다치(1151명)를 경신하면서 1095명을 기록했다. 다만, 주간 신규 중환자가 649명에서 476명으로 대폭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향후 중증환자도 감소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달 들어 3주 연속 6천 명을 넘겼던 주간 일평균 확진자도 4천 명대(12월 넷째 주 기준 6101명→5째 주 4645명)로 내려왔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후 증가세를 이어온 주간 사망자도 532명에서 449명으로 처음으로 감소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3차 접종률이 80%에 가까워지면서(77.2%) 이들이 전체 신규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초반(21%)으로 떨어졌다. 한때 전체 대비 30%를 크게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다.
전날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의 방역·의료분과위원회는 이같은 점들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위중증 발생이 정체되거나 감소세로 전환될 거라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오미크론으로 인한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병상 운용 효율화 △격리 및 환자관리 효율화를 위한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일상회복을 위한 전략의 재구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