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左)희정 우(右)광재''의 눈물…''권불십년''의 영욕

盧 최측근 안희정 최고, 檢수사-이광재 의원, 의원직 사의 표명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6일 돌연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족이 모두 잘려져 나가는 아픔을 겪게 됐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어 이 의원마저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홀연히 중앙무대로 올라서 386 정치인의 대표격으로 ''진보 정치''를 실험하다 다시 홀연히 물러서는 뒷모습이 당연 쓸쓸하다.

이 의원은 안 최고위원과 함께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권력의 핵심에 머물며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통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는 연세대 83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1987년 수배 도중 부산에서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이후 20년 넘게 보좌관과 국정상황실장, 국회의원 등을 거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끈끈한 인연이 작용했다.

정치적 자질 면에서도 출중해 2002년 대선에선 정확한 정세 판단으로 당시 노무현 후보로의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이후 대선 레이스에서는''노무현의 눈물'' 등의 정치광고로 유권자의 표심을 깊숙히 파고들며 정권 창출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경력의 이면에는 고난과 역풍도 적지 않았다.

집권당 내부로부터의 경질요구로 청와대 입성 1년 만에 중도 하차해야 했고, 이후로도 검찰의 수사와 내사를 10차례 넘게 반복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구속이나 실형을 받은 적 없이 검찰의 칼끝을 피해나가 ''검찰 조사의 달인''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게 됐다.

때문에 이 의원의 이번 사퇴 선언은 꽤 오래 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즉흥적인 판단의 소산이나 영장실질 심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얄팍한 계산일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읽혀진다.

당 지도부와 주변 인사들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결심이 흔들릴 여지는 많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이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제가 지역구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직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상처투성이로 공직을 수행해 나간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힘들고 회의도 든다"고 이런 결단을 암시한 바 있다.

그는 또 지난 16일 올린 글에선 "마음이 무거울 때면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당연할 것"이면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제목의 외국 시를 인용하며 스산한 심정을 내뱉기도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연초에 봉하마을을 찾아간 이 의원에게 "아까운 사람들 다 죽게 생겼다"며 정치에 대한 환멸감을 표시한 것도 그의 결정을 굳히게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의원은 이날 사퇴 의사를 전격적으로 밝힌 뒤 휴대폰까지 꺼놓은 채 정치적 은둔에 들어갔고, 그의 홈페이지에는 ''정치 무상'' ''꼭 이래야만 하나'' 등의 아쉬움의 반응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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