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한동안 지속된 열세를 극복하는 모습이지만, 본인보다는 경쟁자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하락세에 기인한 현상이다.
李, 각종 여론조사서 우위 확인…정례 조사도 판도 바뀌어
CBS의 의뢰로 서던포스트가 지난달 29~3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는 35.7%의 지지율을 기록, 25.2%에 그친 윤 후보를 10.5%p 차로 앞섰다.
지상파 3사의 신년 여론조사도 비슷한 추이였다.
KBS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3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9.3%가 이 후보를, 27.3%는 윤 후보를 선택했다. 격차는 12.0%p이다.
누가 당선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52.0%가 이 후보를 꼽았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 38.5%, 윤 후보 28.4%로 나타났다. 격차는 10.1%p였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 34.9%, 윤 후보 26.0%로 8.9%의 격차를 보였다.
세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같아, 두 후보 간 격차는 모두 오차범위 밖으로 나타났다.
다소의 시차는 있지만 이러한 지지율 추이 변화는 정례적으로 결과를 발표해 온 기관들의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인 12월 3주 데일리 오피니언에서는 이 후보 36%, 윤 후보 35%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1%p로 앞섰다.(12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인 12월 5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이 후보가 39%를 얻어 28%인 윤 후보에 오차범위 밖인 11%p차로 앞섰다.(12월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李 박스권 유지하는 사이 떨어진 尹 지지율
MBC·코리아리서치의 직전 조사(12월 11~12일)에서 38.7%였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10.1%p나 하락했다.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6.9%p, SBS·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는 7.3%p가 각각 지난 조사보다 낮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이 후보의 지지율이 0.5~5.6%p 오른 것과 비교하면 등락폭이 뚜렷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를 비롯해 상당수 인사들이 이 후보의 '골든크로스'가 아닌 윤 후보의 '데드크로스'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가 당내 경쟁자이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 과거 한 식구이던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등을 이끌어내며 득점을 하는 사이, 윤 후보는 이준석 당대표와의 갈등, 배우자 김건희씨의 학력위조 등 논란 등으로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후보가 당 내홍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며 다소 관망하는 데 이어, 이 후보와 민주당의 토론 요구를 다소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피하는 등 소극적인 움직임도 감점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반을 상회하며 윤 후보 지지율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정권심판론'이 12월 5주차 NBS에서 40%로, 국정안정론 45%보다 낮게 나온 것 또한 윤 후보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이에 윤 후보는 지지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선명성 강화에 나섰다.
이 후보를 "중범죄 혐의가 확정적인 후보", 문재인정부를 "삼류 바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미친 사람들 아닌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정권과 여당을 심판할 후보가 자신임을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뚜렷하고, 하락 속도 또한 빨랐던 만큼 당 내홍을 봉합한 후 보수 야권의 대표 주자임을 각인시킨다면 다시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전략인 셈이다.
추진 시기를 대선 당선 후로 미뤘던 소상공인 50조원 피해보상 움직임에도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윤 후보는 2일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결과 이후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추가경정예산안을 올려놓고 구체적 금액과 사용 방법에 대해 논의하자"며 이 후보에게 제안했다.
반면 다소 여유가 생긴 이 후보 측은 대장동 사태, 후보 가정사 등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대표 공약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등 정책행보에 무게를 두고 '미래'를 위한 대통령 후보임을 강조할 방침이다.
이 후보는 이날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인 에코델타시티를 방문해 비대면 원격의료 시스템을 살펴보는 한편 월세 공제 확대, 동물 복지시스템 구축 등을 공약했다.
10%대까지 높아진 안철수 지지율…李·尹 모두 安에 러브콜
MBC·코리아리서치의 직전 조사에서 38.7%였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10.1%p나 하락했다.
CBS·서던포스트 조사에서는 2.2%p,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6.9%p, SBS·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는 7.3%p가 각각 지난 조사보다 낮게 나타났다.
중도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와 경선을 치르는 등 과거보다 보수성향이 한층 짙어진 안 후보인 만큼 이탈한 윤 후보 지지층이 안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2월 27~28일 전국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의 20대 응답 분석결과 이 후보 25.4%, 윤 후보 9.5%, 안 후보 18.9%로 나타남에 따라, 안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을 지지하다가 윤 후보의 선출로 이탈했던 20대 중 상당수를 끌어안은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러자 지지율 격차를 더 벌려야 하는 이 후보 측과 윤 후보 측 모두 안 후보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당대표가 안 후보를 "국가 발전에 필요한 분"이라고 높이 평가한 데 이어 직접 "연대"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윤 후보도 "한국 정치 발전에 역할을 많이 해오셨다"고 높이면서 안 후보와의 직접적인 소통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일단 "완주" 의사를 강조하며 두 후보 누구와도 단일화나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본인의 지지율은 10%대까지 높아진 반면 윤 후보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만큼 상황을 조금만 더 유리하게 이끌어 내면 범보수 대표주자 교체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있다는 포석에서다.
안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제가 당선되고 저로 정권교체가 돼서 이 시대를 한 단계 더 앞서 나가게 하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되자는 생각이 있다. 지금 당장부터라도 토론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각 조사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