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올라온 '후보 단일화'…윤석열 급락, 안철수 급상승
2일 야권 내부에서 '후보 단일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범야권에 속하는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점은 이전부터 예상된 시나리오였지만, 근래 들어 미묘하게 기류가 변하고 있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동시에 안 후보가 급상승하면서다.윤 후보는 지난해 연말부터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논란과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 윤 후보 본인 실언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같은 시기에 안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일부 여론조사에선 10%를 돌파하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 표심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후보에서 이탈한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하면서 반사이익이 극대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30%대에 머물렀던 윤 후보의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며 1위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내줬고, 5% 안팎에 불과했던 안 후보가 상승 조짐을 보이며 1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일단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범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선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는 "출마 후 당선을 위해 뛰고 있는 안 후보에게 단일화 운운이 예의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고, 안 후보는 "제가 당선되고 정권교체가 돼서 새 시대의 맏형이 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윤석열 동시 타격 나선 안철수…복잡한 속내 가운데 '자강론'
안 후보는 이 후보와 윤 후보와 함께 '3강 체제'가 펼쳐질 것이라고 공언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정책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지지자 분들 중에 이 후보에 대해 실망한 사람이 많고, 윤 후보의 경우에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은 55~60%인데 그중에서 절반 정도나 그 이하로밖에는 그 여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제가 도덕성이나 능력 면에서 대통령의 자격 있는 사람이라는 걸 1월 한 달 내내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비호감도가 높은 거대 양당 후보들은 싸잡아 저격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정치권에서 당초 예상했던 범야권 단일화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윤 후보였다. 압도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윤 후보가 안 후보를 흡수하면서 단일화를 이뤄낸다는 전략인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궐선거 공천권과 당협위원장 배분 등 일부 조건들이 협상의 대가로 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윤 후보 측의 전략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측 모두 겉으론 '단일화'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거나 일축하는 등 거리를 두는 모습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조급한 쪽은 윤 후보 측이다. 지지율 폭락으로 이같은 사태를 자초한 측면에 있다는 점에서 협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일단 윤 후보 본인의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는 전략에 무게가 실린다. 윤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솔직히 이 상태로면 안 후보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것 같다"며 "이제는 더 이상 안도할 수 없는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상승세를 탄 김에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약점을 동시에 공략하며 상승 가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안 후보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 처음부터 대선 완주 의사를 강조해왔다"며 "단일화 협상은 아직 시기도 아니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향후 후보 단일화 협상 국면에 돌입하더라도 현재로선 압도적인 지지율을 거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 양측 모두 자강론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