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빅맨 오마리 스펠맨은 자신의 농구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나는 대학 시절부터 내가 슈터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할 만큼 슛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선수다.
스펠맨은 2021년의 마지막 날에 열린 원주 DB와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 동석한 포워드 문성곤을 "엄청난 슈터"라고 부르며 높게 평가했다.
문성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네가 작년에 날 안 봐서 그래"라고 말하며 웃었다.
2015년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문성곤은 프로 입단 후 외곽슛에 다소 기복이 있었다. 통산 3점슛 성공률이 31.8%에 불과하고 특히 지난 시즌에는 28.8%로 부진했다.
2021-2022시즌은 다르다. 문성곤은 매경기 2.1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41.4%라는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고 있다.
문성곤의 3점슛 성공률은 올 시즌 리그 1위 기록이다. 스펠맨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다.
문성곤은 지난 DB전에서 1쿼터에만 3점슛 4개를 터뜨리며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총 18득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을 올려 KGC인삼공사의 90대89 승리를 견인했다.
문성곤은 올 시즌 '3&D' 유형의 선수로는 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수비로 팀에 기여하면서 정교한 3점슛으로 팀 공격에 지원사격을 펼치는 역할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슛 밸런스도 흔들린다. 문성곤의 3점슛 성공률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그가 경기 내내 수비와 리바운드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고도 이 같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성곤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는 공격리바운드다. 완벽한 타이밍에 달려들어 높은 점프로 공격리바운드를 낚아챌 때 관중석에서는 그가 3점슛을 성공할 때 못지 않은 함성이 터진다.
문성곤은 "3점슛을 넣을 때보다 공격리바운드를 잡을 때가 더 짜릿하다"고 말하는 선수다.
그는 "우리 팀에는 득점력이 좋은 선수가 많아 굳이 내가 슛을 쏠 필요가 없다"며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후 스펠맨의 덩크나 동료의 3점슛으로 연결되면 그게 더 좋다"며 웃었다.
문성곤은 올 시즌 27경기에 평균 35분 가까이 뛰면서 10.1득점, 5.8리바운드, 3.0어시스트, 2.1스틸을 기록 중이다. 3점슛 성공률과 스틸 부문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정통 빅맨이 아님에도 리바운드 부문에서 국내선수 중 4위에 올라있다.
문성곤의 전매특허인 공격리바운드의 대부분은 베이스라인 코너에서 시작된다. 스페이싱을 위해 코너에 서있는 문성곤은 공격리바운드 기회가 보이면 폭발적인 탄력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베이스라인 코너는 올 시즌 KGC인삼공사가 자랑하는 '핫스팟' 중 하나다.
문성곤은 올 시즌 왼쪽 베이스라인에서 52.4%, 우측 베이스라인에서 42.4%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적중률을 자랑하는 슈터가 코너에 상주하면 동료들이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넓어진다.
문성곤은 "내 위치가 거기라 연습을 많이 했다"며 "지난 시즌처럼 내가 슛이 안되면 팀 공격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펠맨은 "네가 작년에 날 안 봐서 그래"라는 문성곤의 말을 듣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만 하다. 올 시즌 KBL 무대를 처음 밟은 스펠맨의 눈에는 문성곤이 현재 KBL 최고의 슈터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