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 정규직 신규 채용, 청년 고독사, 기후위기. 같이 말해보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 남은 상황,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2030 세대를 겨냥한 정책들을 쏟아내는 중이다. 각 대선후보자 캠프는 청년층 인사들을 선거대책위원회에 포진시키는 등 이른바 '청년 정치' 지향점을 간판처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단지 겉모습을 치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청년 중심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각 후보자들에게 "동등한 위치에서 같이 얘기해보자"며 내민 토론 제의를 거절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청년단체들은 여야 후보 캠프에 각종 요구안과 토론회 제안서 등을 보내보지만 회신율은 저조하다.
정치권이 선거에서 2030 세대의 표심을 겨냥해 해당 유권자 층을 '청년'으로 호명(呼名)할 뿐 알맹이에 해당할 젊은 세대의 구체적 요구사안과 정책에 대해선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토론 갈망하는 청년들 "대선 후보 참여, 기다리는 중"
요구안엔 △정규직 신규채용와 양질의 일자리 확대 △집값 완화로 대학생·청년 주거권 보장 △2025년 탄소배출 50% 이상 감축 △과거사 문제 정의롭게 해결 △성폭력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사회, 경제, 인권 분야를 망라한 정책적 요청사안들이 담겼다. 이들은 앞서 작년 11월, 서울 종로구 한빛광장에 모여 후보들의 청년 정책 등 공약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개최한 바 있고, 문재인정부가 청년의 삶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고 외치기도 했다.
단체는 지난해 11월 말 혹은 12월 중으로 후보와 함께하는 '100인의 청년 대선 후보자 토론회' 개최도 제안했었지만, 거절당했다. 토론회 취지와 방식, 구성 등을 담은 포트폴리오와 제안서 등을 준비해 각 후보 캠프 측에 보냈지만, 진척은 없었다.
후보 캠프 측 관계자들은 "속사정은 있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측은 "사실 언론 인터뷰 하는 것만으로도 후보가 너무 힘들다"며 "기존 일정 소화도 어려워 일정이 안나오는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이 부분에 대해 오해를 하고 실망을 할까봐 우려된다"고 했다.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후보 측은 "준비된 일정이 연말까지 이미 다 차 있는 상황이고 1월 초중순까지는 신년 일정이 정해져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후보도 청년들을 만나는 일이하면 하겠다는 뜻이 있다. 청년들을 안만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측은 "청년단체가 처음 제안한 후보 합동 토론회는 다른 당에서 거절한 걸로 안다"면서 "역으로 후보 초청 토론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추가적인 실무논의나 협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종합하자면 토론회를 진행할 "시간이 없다"거나 "다른 당 후보가 안 하니 덩달아 못 하게 됐다"는 답변들이다.
'2022대선대응 청년행동'은 규모를 줄여 후보자와 49인의 청년들이 함께 하는 방식의 토론회를 재차 요구한 상황이다. 단체는 오는 2월 9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단체의 집행위원장은 "대선 후보가 정해지고 캠프 측에 경제, 사회, 대학 분야 관련 토론회를 제안했지만 이번에도 협의가 쉽지 않다"며 "20대 대선을 통해 청년들이 바라는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보들이 서로를 험담하고 깎아내리는 모습만 보여주기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어떻게 만들건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청년하다'의 류기환 대표는 "현재 (대선 후보 캠프 측과 토론회에 대한)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답변이든 토론회든 진행될 거라고 믿는다"면서 "대선 후보들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약속한 것에 부응하는 행동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청년단체들 '세대 정치' 구호로만 그치는 선거용 '반대'
이들은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며 청년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며 청년을 '호명'하는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후보들의 공약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대선 청년 네트워크'에 참여 중인 이채은 청년위원장은 "대선 후보들의 청년 노동 관련 정책을 봤더니 청년이 대선 국면에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무색하게도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는 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잘 모른 채 '어려움이 있으니 일자리를 만들겠다'라는 수준으로 정책이 구성돼 있었다"면서 "정책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은 누구인지,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건지 등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직능단체들 역시 직접 대선 후보와 공약과 정책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원했다. 배달종사자 노조 '라이더 유니온'의 박종훈 위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단체별 요구안에 대한 토론이 많아져야 하지만 이번 대선은 분위기가 그런 게 아니다"며 "요구안을 만들긴 하는데 전달해도 이슈가 될까 싶은 답답한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 보호 방안, 4차 산업혁명에서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요구권에 대한 얘기 등 대선에서 다뤄져야 할 논의가 많다"고 지적했다.
'알바노조' 신정웅 지부장은 청년의 삶을 실제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 토론을 주문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더라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안정성'에 대한 얘기가 필요한데, (정치권에선) 논의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는만큼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생계 대책 등 지원책들이 논의돼야 하고 나아가, 사회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