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다 비우고 코로나 전용으로 바뀌게 돼서 입원한 일반 환자들은 거의 다 나오고 있다. 병원에서 나가면 중앙보훈병원이나 위탁병원에 가거나 퇴원하게 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불편할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달 30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보훈병원에서 만난 70대 김모씨가 은색 별들이 달린 국가유공자 모자를 눌러쓴 채 말했다. 무릎에 인공연골 수술을 받고 한 달 반 동안 입원 중이던 김씨는 31일 퇴원한 뒤 6개월 더 통원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4일 정부가 공공병원 일부에 대해 병상 전체를 코로나19 전담 병상으로 전환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이에 포함된 인천보훈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위탁병원 등으로 병원을 옮기거나 퇴원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인천보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근로복지공단 경기요양병원 등 4개 병원을 코로나19 전담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방문한 인천보훈병원은 퇴원을 준비하는 고령의 국가유공자 환자들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김씨처럼 집에서 병원을 오가는 통원치료를 계획 중인 환자도 있는 반면 다른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었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이 되면 일반 환자의 외래 진료는 가능하지만 입원은 불가능하다.
금빛 태극기, 백마부대 마크 등이 그려진 배지들이 주렁주렁 달린 모자를 쓴 70대 A씨는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위탁병원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는 "엊그제부터 100여명이 나갔고 마지막 남은 40여명이 곧 나간다"며 "중증인 사람은 중앙보훈병원으로 가고 덜 하면 위탁병원으로, 괜찮으면 퇴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증 당뇨로 대전보훈병원에서부터 입원 4년째인 80대 B씨도 앞길을 걱정하긴 마찬가지다. 집은 충청남도에 있어 통원치료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B씨는 "집은 시골이라 보훈병원이 없다"며 "일단 복용 중인 약 한 달 치를 더 타서 집에 가고, 이후 또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병원이 아닌) 작은 병원을 찾으면 (약값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자식들이나 아내가 더 힘들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갑자기 병원에서 내몰린 환자의 보호자들은 '코로나 환자 받으라고 일반 환자 다 나가라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인 한 환자의 아내 C씨는 "아무리 코로나라고 해도 아픈 사람을 이렇게 퇴원시키는 경우가 어딨냐"며 "이 사람이 월남전에 나가서 몸이 이렇게 망가져서 온 사람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씨는 환자옷 상의를 들춰 허리 부분에 난 반점을 보여주며 "이런 빨간 점이 얼굴에서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다 있다. 소변줄도 끼고 있다가 어제서야 뺐다. 이런 환자를 협력업체(위탁병원)로 가라는데,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언성을 높였다.
퇴원을 준비하는 80대 E씨는 "환자들 중에서도 혼자인 사람들이 갈 데가 없다고 막막하다고 토로한다"며 "어쨌든 여기 남을 수가 없으니까 식구들한테 얘기해서라도 다들 어디로든 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도 받아주면 갈 수 있는데 병실이 없어서 안 받아주는 곳도 있다고 그러더라"며 "코로나 심각한 이 판국에 그 사람들 걱정까지 어떻게 하겠나. 결국 자식들이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국가유공자 및 청년보훈 관련 활동을 하는 청년미래연합 안종민 대표는 "코로나가 심해도 가장 취약층에 있는 국가유공자까지 보훈병원에서 밀려나는 부분은 아쉽다"며 "위탁병원 등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보훈병원처럼 의료진이 노인 질병에 전문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로 일반 병원들도 병상 부족 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모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독거노인환자 등 사후 관리에 대한 물음에 인천보훈병원 관계자는 "환자 한분 한분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와의 협의 하에 (병원을 옮기거나 퇴원을) 결정한다"며 "지금 병원에 남으신 분들은 모두 제시간 안에 퇴원이 가능하다. 갈 곳이 없는데 방치하듯이 버리는 분들은 없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