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선물이 100년 감형…콜로라도의 기적

덴버채널 캡처
2021년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11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가 극적으로 100년을 감형 받은 20대 남성이 화제다.
 
그의 이름은 아길레라 메데이로스.
 
올해 26세인 그는 2019년 4월 25일 콜로라도주 레이크우드 지역 70번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트럭을 몰던 중 추돌사고를 내 4명을 숨지게 했다.
 
텍사스주 소재의 트럭회사 소속인 그는 사고 당시 목재를 실은 대형 트럭을 몰고 있었다. 
 
그의 트럭은 시속 160km를 달리다 정체구간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질주했다. 
 
앞에 있던 여러대의 차량이 트럭에 치이는 등 모두 28대가 연쇄적으로 충돌했다.
 
메데이로스는 경찰에서 트럭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10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사고인데다 사고 당시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고와 그에 대한 재판이 여론의 비상한 주목을 끌었다.
 
경찰은 그에게 차량 살인, 난폭운전, 운전 부주의, 폭행, 폭행 미수 등 무려 41개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메데이로스의 말대로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다면 고속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유사시 감속 램프(runaway ramp)로 긴급히 운전대를 돌렸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않았던 만큼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봤다.
 
메데이로스의 트럭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당시의 상황이 유튜버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10월 배심원단은 이 가운데 살인과 난폭운전, 운전 부주의 등 27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문제는 형량이었다. 
 
콜로라도주 주법은 복수의 혐의 사실로 형이 선고되는 경우 개별 형량을 동시에 집행하지 않고 이어서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판사는 그에게 27개 범죄항목에 대한 형량을 모두 더한 110년형을 선고했다.
 
110년형을 언도한 브루스 존스 판사조차도 양형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자인했다.
 
그는 선고 직후 "메데이로스는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은 아니다"며 "만약 내게 양형 재량권이 있다면 그렇게 선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고 이후 인권단체 등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메데이로스가 쿠바 출신 이민자로 사법 약자였던 탓이기도 했고 재판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몇가지 사실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메데이로스가 범죄 전력이 전혀 없고, 사고 당시 음주나 마약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그가 속한 트럭회사가 여러 건의 브레이크 고장 신고를 접수한 상태였던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그의 진술에 대한 신뢰성에도 무게가 실렸다.
 
메데이로스의 감형을 촉구한 온라인 청원. change 홈페이지 캡처
비극의 책임은 트럭회사에 있다며 일찌감치 그의 감형을 촉구한 온라인 청원에는 최근까지 500만 명이 서명했다.
 
일부 화물차 운전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조해 고속도로상에 트럭을 고의 정차하는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2021년이 저물기 이틀 전인 30일 콜로라도주 제러드 폴리스 주지사가 100년을 감형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폴리스 주지사는 메데이로스에 별도로 보낸 편지에서 "당신의 매우 특이한 판결은 비슷한 성격의 범죄에 대한 판결 사이에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깨웠다"며 "이번 사건이 콜로라도주의 양형법 개정 논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폴리스 주지사는 편지에서 메데이로스가 2026년 12월 30일에 보석으로 석방될 자격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감형 소식을 접한 메데이로스 지지자들은 2022년 새해를 앞두고 최고의 선물을 안겨줬다고 감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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