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올해도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관리가 이어지고,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로 꼽히는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강화되면서 대출 한파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8월말 NH농협은행을 필두로 시작된 대출 중단사태가 연말.연시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풀렸다. 각 은행이 대출 중단이나 축소 조치를 통해 대출 총량을 관리한 덕분에 지난해 연말부터 다시 총량에 여유가 생긴 덕분이다.
NH농협은행은 물론이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지점별 총량관리나 대출 제한 조치를 취했던 주요 은행들이 연말에 가까워지며 기존 조치를 상당부분 해제했다. 또, 올해부터는 은행별 대출 총량이 다시 리셋되기 때문에 대부분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대출 빗장을 걸었던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속속 대출 영업을 재개한다. 출범 열흘만에 한도 소진으로 대출이 막혔던 토스뱅크는 1일부터 대출 상품을 다시 판매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이며 대출영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이 우대금리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각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금리를 높여 대출 수요를 억제해 왔는데 이를 정상화 하는 것.
다만, 총량관리는 물론 DSR 규제가 더 강화되고 본격적인 금리인상기가 도래했다는 점에서 실제로 대출 문턱이 낮아졌다고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역설해온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의 관리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다"면서 "'총량관리'에 기반하되, '시스템관리'를 강화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4~5%대로 정상화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실제로 대부분 은행의 대출 영업이 정상화 되지만 올해부터는 각 은행이 월별, 분기별로 총량을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대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경우 지난해처럼 특정 시점이 아니라 수시로 대출 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여기다 차주별 DSR 강화로 대출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올해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이 넘는 대출자는 DSR 40%가 적용돼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이상 대출자로 대상이 더 확대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중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는 3.51%로 지난 2014년 7월 이후 7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도 5.16%로 7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이미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들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수신 금리가 모두 오르고 있고, 한동안 이런 금리인상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대출 규제 영향도 있겠지만 금리가 높아지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도 진정되면 자연스럽게 대출 증가세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치러지는 대선이 대출 시장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 규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선 결과에 따라 대출 규제가 대폭 풀리며 억눌렸던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