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박근혜(69) 전 대통령의 석방을 앞둔 30일 오후 11시 59분쯤.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는 우리공화당 등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석방이 이뤄진 31일 오전 0시가 되자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하며 응원봉을 흔들었다. 집회 무대 주변에는 폭죽이 터졌고, 곳곳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격한 감정으로 울부짖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단상에 오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탄핵정국의 한 페이지가 오늘로써 넘어간다"며 "촛불난동 이전으로 대한민국을 되돌려 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주변 지지자들의 발걸음은 이날 오전부터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축하하는 화환은 병원 인도에 쭉 들어섰다. 우리공화당에 따르면 화환 개수는 약 1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밤 중 열린 집회에서 우리공화당 측은 299명을 경찰에 신고했으며, 초과된 인원 약 100여명은 집회 장소에 입장하지 못하고 길 건너에 자리를 잡았다. 경찰은 경력 2개 부대 약 150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는 지지자 이모(70·여)씨는 "즐거우면서 가슴이 아프다"며 "대통령께서 미음만 드시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탄핵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했다. 지지자 홍모(61)씨 역시 "불법 선전 선동 사기탄핵이다. 5년 동안 아스팔트에서 밤낮으로 싸웠다"며 "박근혜 대통령님 이제 건강만 생각했으면 한다. 굉장히 기쁘다"고 밝혔다.
병원 앞에는 한때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는 의미로 '근조 화환'이 도착해 지지자들이 반발하며 막아서고 뜯어내는 등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사면을 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병원 앞에서 만난 시민 김모(55)씨는 "오늘 같은 날 너무 기뻐서 집에 못 있어서 나왔다"며 "우리나라 현대사의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 최모(28)씨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경찰 분들이 가장 불쌍하다 생각한다"며 "사기 탄핵이라고 하는데, 전혀 맞는 주장이 아니다. 여러 의미에서 한숨만 나온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0시쯤 삼성서울병원에서 사면 절차를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던 서울구치소 관계자들이 박 전 대통령 병실을 찾아 '사면·복권장'을 전달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직접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실에 상주하던 3~4명의 계호 인력을 병원 밖으로 철수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해당 사건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사면 절차가 완료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수감 생활 중 건강이 나빠진 탓에 당분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받지 못하고 경호만 지원받을 예정이다. 경호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단 대통령경호처가 맡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입장은 내지 않았다. 최측근이자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오늘 석방 시점 전후로 대통령님 입장발표, 메시지 전달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