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 없이 당분간 침묵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지만 여야 모두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대선에 끼칠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지휘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겐 선거 기간 내내 변수로 작용하며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2월까지 치료 필요… 침묵 가능성 높아져
박 전 대통령은 사면됐지만 건강악화로 인해 당분간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다. 치아 문제로 음식을 못 씹는 것에 더해 후유증까지 겹치며 당장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박 전 대통령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 통화에서 "병원에선 6주 정도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라며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면 절차가 집행된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특별한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생활로 여러 고립된 상황에서 바깥 세상에 대한 소식을 제한적으로 들은 상황"이라며 "이제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정확한 진단을 내릴 것이고 또 워낙 정무감각이 탁월하니 스스로 (메시지 여부를)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도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을 일관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렇게 되면 윤 후보가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 침묵하는 박 전 대통령의 병환이 굉장히 안 좋다면 그 직격탄은 윤 후보가 맞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朴 '옥중 서신 책' 출판… 尹에 부담 요소
사면 하루 전인 30일부터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담은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당 책은 수감 생활 당시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와 박 전 대통령의 답장을 묶은 것으로 탄핵과 국정농단 수사에 대한 부당함 등을 담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후보에겐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된 24일 이후부터 박 전 대통령 관련 질문에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있다. 윤 후보는 "공직자로 직분에 맞는 일을 했다 해도 정치적으로, 정서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대단히 미안한 그런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 대구를 찾은 자리에선 "건강이 회복되시면 한 번 찾아뵙고 싶다"라며 "정치 현안을 조금이라도 신경 쓰시면 쾌유가 늦어질 것 같아 회복을 기다리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도 기존에는 박 전 대통령이 사과가 있어야 사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사면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민주당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가 사면의 사유 중 하나가 됐기 때문에 한동안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정치 행보에 나선다면 극우 진영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이유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지난해 총선 때처럼 '큰집'을 중심으로 모일 것을 당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 행보에 나설 경우 그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감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불확실성 자체가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며 "선제적 대응이 쉽지 않은 만큼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살펴보며 대응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