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넘보는 안철수, 윤석열 실책에 급상승
안 후보의 급상승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윤 후보와 함께 범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 후보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은 분위기였다. 지난달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공식 후보로 선출된 이후 함익병‧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 임명‧철회 파동에 이어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의 이탈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서서히 지지율이 하락해왔다. 윤 후보와 같은 범야권 후보로 좀처럼 상승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 꿈틀대기 시작했다.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3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지난 27~29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39%)에 이어 윤 후보는 28%, 안 후보는 6%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전날 발표한 결과(서울신문 의뢰, 지난 27~28일,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선 안 후보는 9.3%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지지율에 육박했다. 이 후보(36.8%)와 윤 후보(30.8%)의 격차는 약 6%포인트였다. 수치는 차이가 있지만 이외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하락세, 안 후보는 상승세 기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는 지지율 정체 속에서도 꾸준히 현장 행보를 진행해왔다. 특히 대장동 특혜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선 '쌍특검'을 요구하며 양강인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를 압박했다. 최근 지지율 상승이 윤 후보의 실책에 따른 수혜라는 측면도 있지만, 거대 양당 후보들이 역대 대선 중 가장 비호감이 높다는 여론을 감안하면 부정‧부패 의혹에 휘말린 적이 없는 안 후보가 재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서히 고개 드는 '후보 교체론'…尹‧安 단일화 '동상이몽'
안 후보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지지율을 큰 변화가 없지만, 범보수층을 공유하는 윤 후보 입장에선 타격이 적지 않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당장 윤 후보를 겨냥한 '후보 교체론'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과 국미의힘) 양당 다 선수 교체가 맞다고 본다. 양쪽 후보 모두 50% 이상이 교체하라는 것 아니냐"며 "신년에 홍준표 전 대표나 여러 사람을 만나볼 것이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고, 윤 후보 보다 나쁜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최근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 후보를 향한 압박 공세로 읽힌다.
관건은 향후 지지율이다. 안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며 10%를 돌파할 경우 대선 완주 가능성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모두 완주할 경우, 범야권 후보들(홍준표‧안철수‧유승민)이 모두 출마해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패배했던 2017년 대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윤 후보 측과 안 후보 측 모두 '범야권 후보 단일화'는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박빙 싸움을 벌일 경우,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 때처럼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문제였는데,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복잡해지고 있다"며 "안 후보가 급성장 하면서 레버리지가 커진 만큼 종로를 포함한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리를 다 내주더라도 단일화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안 후보는 처음부터 대선 완주를 목표로 해왔다"며 "윤 후보와의 단일화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아직 그런 협상을 말할 시기도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