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신변보호 시스템 명칭은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변경된다. 신변보호 명칭은 '밀착경호'로 오인돼 실제 경찰 조치를 포괄하지 않고, 피해자가 일방적·수동적 입장인 '보호'보다는 피해자도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등 쌍방향·능동적 의미인 '안전'이 적절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번 대책에서는 무기 사용 훈련, 적극적 직무 집행 등 경찰의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하지만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 연내 입법이 무산되는 등 아직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개선…위험 등급 나누고, 반복 신고 시 바로 입건
우선 경찰은 범죄 피해자의 위험도에 따라 보호조치를 등급별로 나눠 적용하기로 했다. 등급은 '매우높음', '높음', '보통'으로 분류되며 '매우 높음' 등 고위험군의 경우 안전숙소를 10일 이상 제공하고 거주지 이전·보호 시설 입소 등을 지원하게 된다. 또 피해자 외에 다른 사람 접근을 알릴 수 있는 인공지능CCTV도 도입하기로 했다.
스토킹 등의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사건의 경우, 강력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기에 팀장 중심으로 수사하는 '3중 점검체계'도 도입된다.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신고 사건이 배정된) 팀이 다 다르니 개별 사건으로 처리되면 계속되는 신고에 대한 위험성 정도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며 "반복신고 사건에 대해선 과거 이력을 팀장 중심으로 반드시 확인하고 다음날 여청, 형사, 112가 합동해서 서장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청에서도 경찰서별로 반복되는 '3회 이상 신고되는 사건'을 관리하도록 했다"며 "층간 소음 등 이웃 간 분쟁도 생활불안 요인으로 확대해 대응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전·현 연인 등의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의 경우 위험성 판단과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등이 중요함에 따라 '신속 집중 수사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신고 즉시 수사에 착수해 신고 접수 다음날까지 기초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진 차장은 "관계성 폭력 행위의 경우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할 사항이 아니면 돌려보내는데,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위험성이 있다고 보이는 사건은 초동조치 후 바로 수사 착수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고 신속하게 입건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 집행' 강조…경직법 개정안 통과 '과제'
경직법 개정안은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을 경우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권력 남용 우려와 인권 침해를 이유로 막혀 처리가 보류됐다. 연내 입법이 무산된 만큼, 내년 초에 반드시 통과될 수 있게끔 노력한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과 관련해선 긴급응급조치를 어겼을 경우 과태료 처분에 그치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긴급응급조치 조치 시행을 위해 평균 1.9일이 소요되기에 '승인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신변 위협을 받는 피해자의 경우 민간 경호 지원 등을 검토했으나 이번 대책에서는 추진 사항으로만 들어갔다. 진 차장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법무부 소관으로 돼 있어 경찰이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을 좀 더 확충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관계기관과 잘 협의해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어 "기금을 경찰, 법무부, 여가부 그리고 복지부가 쓰는데 현장에서 직접 운용해야 하는 경찰이 가장 적게 예산이 편성돼 있다"며 "1천억 넘는 기금 중에 경찰은 약 16억 정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이 피해자 보호 업무를 나날이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비직제로 운영되던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 직위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의 직위 직제 신설 요청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진 차장은 "비직제로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한다는 문제제기가 국회 차원에서 있었고, 관련 기관에서도 비직제 운영을 최소화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그렇지만 피해자 보호 업무 비중을 떨어트리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