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시고 따뜻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의 끝을 이틀 앞둔 29일, 백신처럼 따뜻한 편지, 이웃의 어려움을 걱정하며 성금과 함께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왔다. 올해로 22년째다.
29일 전주시에 따르면 오전 10시 5분쯤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 남성은 "노송동주민센터 인근 교회 앞 트럭에 A4용지 박스(성금)를 두고 갔으니 확인해 봐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나가보니 남성이 가리킨 곳에 A4용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에 든 동전 등 총 7009만 4960원이 담겼다.
이 기부자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 4천 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2년간 횟수로는 23번의 소리 없는 선행을 베풀어왔다. 2019년엔 도둑맞은 희망을 되찾기도 했었다.
어려운 이웃 6천여 세대에 성금이 쓰이는 동안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아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올해 기준 누적 성금은 총 8억 872만 8110원이다.
노송동 주민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홀몸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