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우여곡절 속에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이 올해 여름에 끝났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등 종합 16위를 기록했다.
금메달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6개) 이후 가장 적었지만 누구도 태극전사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활약한 2000년대생들에게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본 것.
금메달을 이끈 것은 양궁이었다. 2004년생 양궁 대표팀 막내 김제덕(17)과 2001년생 안산(20)은 세계최강 한국 양궁의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전세계에 확인시켜줬다.
김제덕과 안산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둘은 이번 올림픽에 신설된 혼성 단체전에서 환상의 호흡으로 금빛 과녁을 꿰뚫었다.
내친김에 김제덕은 형들과 함께 나선 남자 단체전에서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겨 금메달을 따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환상적이었다.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하계 올림픽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포스트 박태환'을 기다리던 한국 수영은 2003년생 황선우(18)가 혜성같이 나타나 '마린보이'로 등극했다.
황선우는 자유형 50m, 100m, 200m와 단체전인 계영 800m 등 4개 종목에 출전해 출중한 수영 실력을 뽐냈다.
비록 시상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62로 11년 만에 한국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100m 결승에서 5위(47초82)에 올라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일본 스즈키 히로시, 은메달) 이후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따냈다.
탁구계에선 2004년생 신유빈(17)이 '삐약이' 열풍을 몰고 왔다.
신유빈은 14살 때 한국 탁구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된 데 이어 도쿄 올림픽에서도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특히 신유빈은 올림픽 5회 출전의 노장 니시아렌(58, 룩셈부르크)과 맞붙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국민들을 사로잡았다.
한국은 최근 전통 효자 종목인 탁구에서 4회 대회 연속 노골드, 2개 대회 연속 노메달에 그쳤지만 신유빈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최초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탄생했다.
2002년생 여서정(19)은 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자신의 이름이 걸린 기술 '여서정'(난도 6.2)을 소화해 동메달을 품었다.
여서정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에서 은메달 목에 건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함께 한국 도마에 새로운 스타로 등극했다.
2003년생 서채현(18)은 신설 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의 불을 밝게 밝혔다.
서채현은 여자 콤바인 결승에서 스피드 8위, 볼더링 7위, 리드 2위로 합계 112점 8위에 올랐다.
아쉽게 메달은 놓쳤지만 서채현은 '암벽 여제'를 꿈꾸는 차세대 스타로 올림픽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2002년생 안세영(19)도 파리로 향하는 한국 배드민턴에 희망을 남겼다.
안세영은 여자 단식 8강에서 천위페이(중국)에 패했다. 이 경기에서 안세영은 무릎이 까져 피가 나면서도 끝까지 일어나 천위페이의 공격을 막아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2000년대생은 아니지만 다이빙의 우하람(23), 높이뛰기의 우상혁(25)도 2024 파리의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