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찍히나? 그런 느낌이었어요"
프로농구 수원 kt의 전체 2순위 신인 하윤기는 28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원정경기 3쿼터 중반에 상대의 간판 선수 이대성의 골밑슛 시도를 막아냈다.
이대성은 순간 오픈된 골밑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슛을 시도했지만 옆에 있던 하윤기가 날아올라 블록슛을 해냈다.
당시 기분을 묻는 질문에 하윤기는 "(이)대성이 형 슛을 블록했을 때는 '이게 찍히나?' 그런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슛을 막기 위해 힘껏 도약하면서도 블록슛을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견제라도 하겠다는 의도로 도약했는데 점프력이 워낙 좋았고 타이밍도 완벽했다.
KBL 장신자 발굴 프로그램 출신인 하윤기는 신장 203.5cm의 빅맨으로 91.4cm의 맥스 버티컬 점프를 자랑한다. 근래 KBL에 입단한 빅맨 중 가장 운동능력이 좋다는 평가다.
점프력이 좋은 선수가 항상 블록슛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슛을 던지는 상대 선수의 리듬을 파악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하윤기는 이날 집중력이 좋았다. 이대성의 슛을 막은 이후 외국인선수 머피 할로웨이의 슛 시도도 블록하는 등 '림 프로텍터(rim protector)'로서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하윤기가 갖춘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자신감이다. 높이와 파워에서 압도적인 외국인선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 자신의 운동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강하다.
하윤기는 "프로 무대에 들어왔을 때 외국인선수가 있어 높이 면에서 힘들 줄 알았는데 경기를 하다보니 재미있다"며 "가끔 블록을 당하는데 생각만큼 버겁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근 KBL에 들어온 빅맨들 가운데 외국인선수와의 골밑 대결과 관련해 하윤기처럼 자신있게 말하는 선수는 없었다.
하윤기는 2021-2022시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인 중 한 명이다. 그의 플레이는 화려하다. 인 유어 페이스 덩크와 앨리웁 덩크 등 쉽게 보기 어려운 명장면을 이미 수 차례 연출한 경험이 있다.
kt가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권으로 하윤기를 지명했을 때 팀의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파워포워드 포지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하윤기는 올 시즌 26경기에서 평균 20분 남짓 출전해 7.5득점, 4.5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60.9%를 기록하고 있다.
서동철 kt 감독은 "하윤기의 팀 디펜스는 A학점"이라며 "농구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하윤기를 상대로 포스트에서 1대1 공격에 성공한 장면은 기억에 거의 없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신인이 데뷔하자마자 위와 같은 성적을 남기기는 결코 쉽지 않고 감독으로부터 수비력으로 칭찬을 받기는 더욱 어렵다.
하윤기는 오리온전에서 14득점 5리바운드 2스틸 2블록슛으로 선두 kt의 88대74 승리를 견인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경기 후 "캐디 라렌과 하윤기의 높이에 밀렸다"고 말했다. 패장이 직접 이름을 언급했을 정도로 하윤기의 존재감이 진한 여운을 남긴 경기였다.
자신만만한 신인은 언제나 코트를 즐거운 무대로 만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목표가 개인에 맞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로지 팀만 생각한다.
하윤기는 "정규리그 1라운드까지 잘했을 때 신인왕을 계속 의식했다"고 솔직히 말한 뒤 "2라운드 들어 못할 때는 포기하자는 생각으로 팀 승리만 생각했고 욕심을 안 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윤기의 마음가짐과는 달리 그는 여전히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외부 평가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