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천문학적 시설투자·연구개발로 TSMC 추격 ②기로에 선 플랫폼…상생·글로벌로 '방향 전환' (계속) |
기로에 선 플랫폼…전례 없는 IT 국감에 '방향 전환'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는 'IT 국감', '플랫폼 국감'으로 요약된다. 주요 빅테크 플랫폼 기업 대표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돼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카카오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등 3번이나 증인으로 출석했다. 대기업 총수나 CEO 중 국감 증인으로 3번이나 연속으로서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8월초 '빠른 배차 서비스'를 의미하는 스마트호출 요금제를 기존 1천 원 정액제에서 0~5천 원이 부과되는 탄력요금제로 바꿨다가 철회했다. 사실상 택시 요금을 우회 인상한다는 여론의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택시기사를 대상으로도 월 9만9천 원의 프로멤버십 요금제를 신설한 것도 문제가 됐다. 택시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중개시장을 장악한 뒤 수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는 헤어숍, 꽃·간식 배달 중개, 스크린골프, 대리운전 등의 업종으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나왔다. 해당 업종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상공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이다.
이에 김 의장은 국감에서 "계열사들도 성장에 취해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이 드러난 만큼 내부에서 철저하게 검토해서 앞으로의 지향점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철저히 구분해 빠른 시일 안으로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직장 내 갑질 문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긴 했으나, 네이버 역시 소상공인 협력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국감에 앞서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스마트스토어 상품과 콘텐츠를 최상단에 노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67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논란은 규제 강화로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심이 돼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독과점 이슈에 '상생'은 필수…전략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상생'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판단,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카카오는 논란 직후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 기금 3천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청각장애인, 여성, 청년을 위한 착한 일자리 1천 개 창출에 나서고 카카오가 "수수료 없는 오픈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맥락은 같다.
카카오는 리더십에서도 '상생'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카카오는 여민수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카카오 공동체가 약속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부동산서비스에 진출했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자 서비스를 접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윙스푼(맛집 정보 서비스), 윙버스(여행 정보 서비스), 네이버 쿠폰 등의 서비스도 차례로 중단했다. 이후 상생을 전략적으로 강조해왔는데 앞으로 이런 방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이버는 이미 2016년부터 '프로젝트 꽃'을 시작해 초기 온라인 사업자를 위한 정책적·교육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입점 수수료가 없는 '스마트스토어'와 사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 분석 툴인 '비즈어드바이저', 총제적 주문과리 지원하는 '페이 시스템', '챗봇' 등을 지원했다.
지난 2017년부터는 프로젝트 꽃을 위한 별도의 사내 예산인 분수펀드를 조성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분수펀드는 올해 8월 말 기준 누적 금액 3200억 원을 달성한 상태다.
2022년, 글로벌 진출 원년될까…콘텐츠, 블록체인, 커머스 활발
내수시장에서의 플랫폼 확장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글로벌 진출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이들 기업에게 또 다른 과제다.실제로 카카오는 지난 상생안에서 "콘텐츠와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는 웹툰과 콘텐츠를 필두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의 일본 웹툰·웹소설 서비스 '픽코마'는 일본 만화앱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픽코마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카카오가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 김 의장의 핵심 측근인 남궁훈 전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선임한 것도 글로벌 공략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모바일을 넘어(Beyond Mobile)'라는 목표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조직이다.
블록체인 역시 해외 진출을 위한 또 하나의 교두보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싱가포르에 자회사 '크러스트'를 설립했다. 크러스트는 역시 싱가포르에 위치한 비영리 법인 '클레이튼 재단'과 함께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생태계를 전 세계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네이버 역시 해외 시장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는 해외 매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3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콘텐츠 분야의 글로벌 진출 역시 활발하다. 네이버 웹툰은 현재까지 10개 언어로 1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올해 초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와 함께 '브이라이브', '위버스'의 사용자, 콘텐츠, 서비스 등을 통합한 새로운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페토는 이미 2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는데, 이중 90%가 해외 유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