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을 체결한 11명의 계약 총액은 785억 원이다. 100억 원대 계약만 5건이 나왔다. 남은 FA 3명의 계약에 따라 KBO 리그 사상 처음으로 FA 시장 1000억 원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FA 시장에서 박병호(키움), 정훈(롯데), 허도환(kt) 등 C등급 3명만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다른 구단에서 C등급 선수를 영입할 경우 보상 선수 없이 직전 연도 연봉의 150%만 지급하면 된다.
세 선수 모두 등급에 비해 활용도가 높은 선수들이다. 해당 선수들의 소속팀은 '집토끼' 단속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는 A, B등급 선수에게 관심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남은 FA C등급 3명의 평균 나이는 만 35세다. 언제 에이징 커브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KBO 리그 구단들이 해당 선수와 계약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정규 시즌 타율은 2할7푼6리(105타수 29안타)로 준수했다. 포수로 57경기에 나서 33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수비 이닝은 290⅓이닝을 소화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백업 포수 허도환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0.29였지만 주전 포수 장성우의 뒤를 받치며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허도환은 베테랑 백업 포수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포수 공백이 큰 LG가 노려볼 만한 선수다. LG는 이성우(40)가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김재성(25)이 외야수 박해민(31)의 보상 선수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주전 포수 유강남(29)을 백업했던 두 선수가 모두 떠났기 때문에 확실한 백업 포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7500만 원의 연봉을 받은 허도환의 보상금은 1억 1250만 원으로 큰 부담은 아니다. 하지만 kt 역시 허도환 외에 믿을 만한 백업 포수가 없다.
박병호의 올해 정규 시즌 타율은 2할2푼7리(409타수 93안타)다. 2할2푼3리(309타수 69안타)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두 시즌 연속 부진을 면치 못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32홈런을 터뜨린 '쿠바산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31)를 영입한 키움의 '간판 거포'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박병호가 키움에서 갖는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다. 2011년 트레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백투백 MVP(2012년, 2013년)를 비롯해 4년 연속 홈런왕 등 전성기를 보냈다. 2018년 미국 무대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변함없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현재 kt가 은퇴한 유한준(40)의 대체자로 박병호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의 올해 연봉은 15억 원, 보상금은 22억 5000만 원이다. 키움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프랜차이즈 스타 박병호를 붙잡을 계획이다.
만 34세의 정훈도 올해 처음으로 FA 자격을 취득했다. 2006년 육성 선수로 현대(현 키움)에 입단했지만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방출됐다. 2010년 롯데에 육성 선수로 영입되면서 1군 데뷔를 했고, 2루수와 외야수를 거쳐 주전 1루수 자리를 굳혔다. 뒤늦게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 1루수다.
1루 수비가 불안정한 팀이라면 정훈 영입은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올해 1억 원의 연봉을 받은 정훈은 보상 선수 없이 보상금 1억 5000만 원이면 영입할 수 있다. 같은 FA 1루수 박병호보다 가성비가 높다.
롯데는 앞서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35)을 NC로 떠나보냈다. 몸집을 줄이고 '집토끼' 정훈을 붙잡겠다는 계획일 수 있다.
세 선수 모두 현재 FA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건 아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에이징 커브가 우려될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팀 내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에 원 소속팀 모두 '집토끼' 단속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