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에 따르면 구례군은 12월 초부터 국비 3억여 원을 포함해 19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4년 전남체전 등 전국대회 유치를 위해 구례 주요 산인 봉성산에 있는 국궁장을 3800㎡에서 5300㎡로 확장해 사대(활을 쏘는 곳)를 3곳에서 4곳으로 늘리는 '봉덕정 정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높이 10m 내외 벚나무와 참나무, 동백 등이 수백 그루 잘려 나가는 수난을 당하고 봉성산에 높이 10m, 너비 7m의 절개지가 생기는 등 훼손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여름 수해로 구례읍이 잠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본 상황에서 봉성산 절개 공사로 폭우 시 산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인근 주민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구례군 관련 부서는 봉덕정 정비 공사를 진행하면서 산지전용 이행과 관련한 '산지관리법' 허가를 해당 부서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봉성산 절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구례군 관련 부서는 산지 전용 허가가 안 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실시계획 인가도 나지 않았는데도 버젓이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구례군은 관련 부서 담당 과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3명을 27일 뒤늦게 산지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처했다.
이와 관련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을 수호하고 집행해야 할 행정기관이 도리어 법을 위반하면서 공사를 진행했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다"면서 "구례군은 주민, 전문가,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훼손된 봉성산에 대한 원상복구계획을 즉각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 윤주옥 공동대표는 "구례 군민과 환경단체는 이번 공사를 누가 계획했는지, 왜 법을 위반하면서 공사를 시작했는지, 봉성산의 흙이 '구례 골프 연습장 예정지' 복토사업에 사용된 과정에 어떤 사람이 개입됐는지 등이 몹시 궁금하다. 구례군과 구례군의회는 훼손된 봉성산의 원상복구와 함께, 군민이 궁금해하는 사실들에 대해 명백히 밝히고,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례군 관계 공무원은 "산지관리법 위반 등은 부서 간 협업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당 부서가 보완을 요구한 '봉성산 공사 후 복구 계획서'를 제출해 관련법 허가를 거쳐 진행하고 토목기술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더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사가 30% 진행된 상태에서 원상복구는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례군의회는 봉성산 훼손 문제가 확산하자 28일 관계 공무원들과 현지실사를 진행하고 토목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더 안전하게 공사가 진행되도록 집행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