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자평에 시장은 "자화자찬"이라는 쓴 소리가 많았고 "하락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추세 전환으로 평가하기 이르다"며 이견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요억제'에서 '공급'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 정부 초반 '공급부족'에 대한 시장의 경고를 무시하다가 뒤늦게 정책 방향을 전환한 만큼 공급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앞으로 추세적 하락 움직임 뚜렷해질 것"…공식 하락 선언
27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정부 관계부처는 2022년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추진 과제에 대해 밝혔다.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 업무계획 발표는 이전에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현 정부의 주택공급확대노력과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 재편, 가계부채 관리 및 금리인상 등에 따라 매수 심리가 위축돼 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전세시장도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 대출금리 인상, 매매가격 안정세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국토부 노형욱 장관은 "최근 주요 시장 지표가 일제히 안정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 추세적 하락 움직임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는 내년 사전청약 7만 가구에 분양 예정 물량 39만 가구를 더해 올해(38만8천가구)보다 30% 늘어난 46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제→공급' 전환 환영하지만 단기 공급부족 문제 해소엔 역부족"
익명을 원한 시장 관계자는 "주택공급은 아무리 계획을 빨리 세우고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며 "공급부족을 경고하는 시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다가 뒤늦게 공급확대로 정책방향을 전환한 것은 환영할만하지만 늦은감이 있는데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자화자찬이라고 해도 너무 과하다"고 꼬집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신혼부부나 청년들은 집을 사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신혼부부도, 청년도 '여력이 되면 집을 사야한다'로 인식이 바뀌었다"며 "그 배경에는 적지 않은 수준의 집값 상승이 있는데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분들이 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김규정 소장은 "대출과 세제, 청약 등 정책 방향을 1주택자 중심으로 둔 것은 맞지만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중심으로 주택이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의 평가와 정부의 자평과는 괴리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내년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단기적인 공급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임대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사전청약을 7만 가구를 한다면 7만 가구의 수요를 흡수할 수는 있겠지만 이들은 입주 때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해 임대시장의 수요는 줄지 않는다"며 "사전청약 물량 대부분이 경기와 인천 지역이기 때문에 서울 주택 수요 흡수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정부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김효선 부동산 수석위원은 "거래절벽 상황에서 하락거래가 나타나는 지역도 있지만 신고가가 나오는 지역도 있다"며 "현재 데이터는 추세전환을 판단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는 아니고 대선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