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내년도 가계부채 '빨간불'…금융불균형 심화에 실수요자 보호 이중고 ② 코스피 3000시대 개막…그리고 다시 박스피 (계속) |
코스피 지수 3000p 돌파에 이어 사상 최고치 3316.08p 기록, 닷컴 버블 이후 20년만에 코스닥 지수 1000p 돌파 등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식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최고의 활황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변이바이러스 확산, 공급망 붕괴, 유동성 회수 등 악재가 이어지자 다시 주가는 연초 수준으로 돌아가며 다시 한번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갖혔다.
연초 신기록 행진 코스피, 3500 간다더니…
국내증시는 지난해 말의 파죽지세를 이어받아 연초부터 뜨거웠다. 올해 첫 개장일 2874.50p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3거래일 만에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뒤 연일 최고치를 기록을 갈아치우며 1월 11일에는 3266.23p 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화끈한 연초랠리였다.
이후 2~3월 잠시 숨고르기 이후 4월부터 다시 상승랠리를 이어간 코스피는 상반기를 마무리할 무렵인 지난 6월 25일 장중 3316.08p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당시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는 코스피 지수가 3500선을 손쉽게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놨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델타변이가 전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경제봉쇄(셧다운) 공포가 전세계 증시를 억눌렀고 국내증시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3분기 큰 조정기를 거친 코스피는 4분기에는 다시금 박스권에 갖혔고, 지수는 한때 2820선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무려 무려 500p 가량 하락했다. 코스닥 역시 922.36p까지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스피 떠나 서학개미.코인러로 변신한 개미들
코스피는 지난해 30% 넘게 상승하며 G20 국가 주요 지수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27일까지 연초대비 4.4% 상승하는데 그치며 일본.중국 등과 함께 상승률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연초 국내증시 상승의 기저에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백신 접종 확대로 인한 경기회복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수급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등장한 소위 '동학개미'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반기 6개월 동안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55조 979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7조 4557억원, 기관은 35조 8318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집중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8조 784억원을 순매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 8921억원, 3조 6635억원을 순매도 했다.
반면 하반기에 접어들며 개인의 매수세는 큰 폭을 꺾였다. 7월부터 지난 27일까지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모두 10조 175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그마저도 11월부터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로 개인은 최근 6개월간 2조 6172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쳤고, 역시 11월부터는 순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불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부터 주식시장에 발을 디딘 개인 투자자의 경우 큰 폭의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수익률에 실망한 동학개미가 국내증시를 떠나 미국 주식이나 암호화폐로 등을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24일까지 소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214억 5614만달러(한화 25조4598억원)에 달한다. 코스피 순매수액의 1/3을 넘어서는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또,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량이 10조원을 웃도는 날이 부쩍 많아진 반면, 최근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10조원을 밑돌고 있다.
공매도 재개 '외국인 잡으려다 동학개미 내몰았다?'
국내증시가 개인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공매도가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올해들어 국내증시가 코로나19 위기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지난 5월 3일, 1년 2개월 만에 공매도를 재개했다.
공매도 재개에도 불구하고 이후 몇달 간 우려했던 주가 하락 사태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하반기 접어들며 다시금 국내증시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자 공매도에 대한 반감 역시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7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3913억원, 2018년 5248억원, 2019년 4207억원에 비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개인 투자자의 반대 속에서도 공매도를 재개한 결과 외국인의 투자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매도가 금지된 기간동안 개인 투자자의 참여가 늘어나며 코스피가 3천선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 하락 속에 외국인과 기관만 수익을 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전하다"면서 "최근 대선 후보들이 공매도 제도 개선을 들고 나온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고, 그만큼 현재 공매도 제도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치 앞도 못보는 전문가 전망 '신뢰 상실'
공매도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국내외 주요 증권사 등 소위 전문가 집단의 오락가락 증시 전망 역시 주가를 끌어내리고 개인 투자자의 이탈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1월 11일 9만 6800원을 찍으며 소위 '10만전자'을 눈앞에 뒀다. 당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앞다퉈 반도체 시장의 장미빛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 목표치를 상향조정했다.
이후 증권사들의 전망과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최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해 '8만전자'를 맴돌았지만, 증권사들의 전망은 여전히 '10만전자' 돌파였다. 이는 최고점 이후에도 개인 투자자가 26조원 넘게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들 소위 전문가 그룹의 전망은 보기좋게 빚나가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가 하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매서운 겨울을 예고했던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겨울이 지구 온난화를 만났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고 국내 증권사들도 은근슬쩍 삼성전자 주가 목표치를 다시 올려잡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도 우상향하기 시작해 피크아웃 우려 이후 4개월여 만에 다시 8만전자 고지를 회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신뢰를 잃은 개인 투자자들은 다시금 찾아온 10만전자의 유혹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손절하기 시작했다. 개인은 12월 들어서만 3조원 넘게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