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CBS 연말결산]'뇌물 사건'으로 밝혀진 대구은행 캄보디아 부동산 손실 사태

▶ 글 싣는 순서
① 방역 성과 무너뜨린 대구시 백신 독자 도입 논란
② 해결 물꼬 튼 대구 취수원 이전…구미 반대 여론 과제로
③ 재수 끝에 도의회 문턱 넘은 군위군 편입
④ 열기식은 대구 아파트 시장
⑤ 코로나19 속 전국 최초 전면 등교…"우려 불식하고 신뢰 쌓아"
'뇌물 사건'으로 밝혀진 대구은행 캄보디아 부동산 손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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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 제공

올해, 역대 가장 좋은 경영 실적을 낸 DGB대구은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은행은 1년 내내 구설수에 올랐다.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 때문. 이로 인해 은행은 심한 내홍을 겪기도 했다.

결국 연말들어 이 사태의 진실이 밝혀졌고 검찰은 단순 계약 분쟁이 아닌 국제 뇌물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지역 대표 은행이 해외에서 계약 분쟁에 휘말리며 망신을 당한 데 이어 최고위 간부의 로비 정황으로 인해 청렴성에도 손상을 입게 된 것.

내년부터 관련 소송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구은행이 입은 타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작은 단순 '금융 사고'


지난해 대구은행이 캄보디아 현지 법인, 스페셜라이즈드 뱅크 사옥으로 쓸 부동산을 매입하려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은 올해 초 처음 알려졌다.

대구은행이 캄 정부 소유의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약 1200만달러(한화 약 133억원)를 현지 중개인에게 넘겼지만 계약이 불발됐다는 것이 사건의 내막.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는데도 대구은행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은행 내부에서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은행 측은 "당초 계약된 물건이 다른 기업에 매도돼 이미 지급한 선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현지 부동산 에이전트가 부동산 관행을 들어 다른 대안 물건을 중개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캄보디아의 거래 관행과 현지 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사태를 단순한 '업무 실수'로 치부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은행장이었던 현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의 지시로 계약 추진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다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은행은 의혹을 일축했다.

지난 3월 대구은행은 전 캄보디아 현지법인 부행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사태의 책임이 실무자에게 있다는 '선 긋기'를 분명히 했다.

비밀리에 추진되던 '국제 뇌물 사건' 덜미


검찰은 관련 수사에 착수했고 약 9개월간 수사가 진행됐다.

그 사이 대구은행을 상대로 수 차례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검찰은 해당 사건의 실무자인 대구은행 고위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반 년 이상의 수사를 거쳐 검찰은 지난 6일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사건 과정에서 김태오 회장과 고위 간부들이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전달하려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매매대금에 로비 자금을 포함시키는 식으로 뇌물을 마련해 현지 공무원에게 이 돈을 전달려 한 것이다.

로비의 목적은 당시 대출전문은행이었던 캄보디아 현지 법인(스페셜라이즈드 뱅크)의 상업은행 라이선스 취득. 뇌물 규모는 약 41억원에 달했다.

대구은행은 실제 이 돈을 브로커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의 총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은 김태오 회장. 검찰은 김 회장과 실무를 담당했던 3명의 은행 임직원들을 국제거래상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현지 공무원이 실제 이 돈을 받았는 지 여부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뇌물 전달이 성공했는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대구은행 캄 현지 법인은 지난해 10월 목표대로 상업은행 전환에 성공했다.

거세지는 퇴진 압박에도 김 회장은 묵묵부답

DGB대구은행 제공

금융그룹 회장이 거액의 로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유례 없는 일.

DGB금융그룹과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혐의로 물러난 지 3년 만에 또다시 CEO 리스크를 안게 됐다.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까스로 '박인규 사태'를 수습하고 호실적을 내는 등 이미지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 간부의 비리로 또다시 회사 명예를 실추시켜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상황.

은행 양대 노조 모두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압박하고 나섰고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김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촉구했다.

아울러 직장인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에도 조직에 대한 실망과 사기 저하를 표출하는 은행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회장은 기소 이후 입장을 내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김 회장의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더 남았다는 점.

내년부터 관련 소송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김 회장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김 회장이 회장 직을 유지하다가 유죄를 확정받을 경우 그룹과 은행에 돌아가는 타격은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 국제 로비 사건'으로 밝혀진 부동산 손실 사태. 그 후폭풍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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